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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안갯속, 한-미 FTA



협상 마감 시한 코앞…

상반되는 이해관계와 미 중간선거 등 변수 많아 재협상 갈 길 험해
등록 2010-11-04 16:34 수정 2020-05-03 04:26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5월18일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5월18일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

시계 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오는 11월11~1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협상 시한을 못박았다. 그러나 협상의 앞길은 아직 짙은 안갯 속에 묻혀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앞날을 짐작할 수 없다는 말이지만, 뒤집어보면 정부의 타결 선언이 느닷없이 나올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뒤 3년7개월이라는 긴 잠복기를 거친 한-미 FTA가 다시 물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간 두 상수와 변수

현재의 미묘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두 나라 사이에 자리잡은 두 상수와 두 변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두 상수를 살펴보자. 첫째, FTA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단 미국 쪽이 적극적이다.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FTA는 반드시 풀어야 할 매듭이라는 것이 백악관의 판단이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0월28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일정을 소개하면서 한-미 FTA가 오바마 대통령 방한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10월26일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를 지냈던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을 외교통상부 2차관에 임명했다. 국내 여론에는 불을 지른 인사였지만, 미국 쪽에는 협상 타결의 의지를 보인 제스처였다.

둘째, 쟁점이 되고 있는 자동차와 쇠고기에 대해서는 양국 사이에 상반되는 이해관계도 분명하다. 일단 재협상은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 부분에서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0월27일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에서 쇠고기와 자동차 관련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의 이해관계도 분명하다. 10월29일 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 및 환경규제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한국 쪽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쇠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도 미국 쪽의 요구사항이었다.

결국 두 상수에 충격을 줄 변수가 중요하다. 첫째 변수는 미국의 중간선거다. 11월2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민주당은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 한-미 FTA만 놓고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기도해야 하는 역설적인 처지에 놓인 셈이다.

둘째 변수는 11월 초에 잡힌 양국 통상장관 회담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0월26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11월 초에 예정된 양국 통상장관 회담은 협상 타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국 정상이 만나 이견을 최종 조율할 가능성도 높다.

 

급등하는 미국 내 FTA 반대 여론

최근 미국 과 <nbc>의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FTA가 미국에 이롭다’고 답한 미국인은 20%로 1999년의 24%에서 4%포인트 줄었다. 또 ‘FTA가 미국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999년 32%에서 올해는 53%로 급등했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안갯 속이지만, 일단 미국 쪽에서 불어오는 민심의 기류는 11월 서울의 바람만큼이나 서늘하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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