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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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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업이 뛴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혈투

등록 2008-08-22 00:00 수정 2020-05-03 04:25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는 홍보관 설치, LG전자는 ‘매복 마케팅’, 중소기업들도 발빠른 행보

▣ 베이징=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베이징 시내에 들어서면 기대만큼의 올림픽 열기를 느끼기 힘들다. ‘안전 올림픽’을 강조하다 보니 현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도 드물고,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 수도 평소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현란한 펼침막과 응원문구들을 기대한 건 무리였을까. 올림픽 관련 차량만 다닐 수 있다는 주경기장 순환도로 1차선 바닥에 그려진 오륜기 무늬 정도가 두드러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과 다양한 매체를 타고 등장하는 광고들을 들여다보면 공식 스폰서건 아니건 ‘올림픽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혈투’를 느낄 수 있다.

성화봉 사진촬영 코너 인기 끌어

국내 기업들의 올림픽 행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림픽 파트너’인 삼성전자와 공식 스폰서가 아닌 까닭에 ‘매복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대차, LG전자 등의 차이점이다. 12개 공식 후원사 중 하나로 주경기장 주변에 홍보관을 마련한 삼성전자는 홍보관 야외광장에서 치어리더 공연, 경기 중계, 응원전, 그린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8월13일 방문한 홍보관에서는 성화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수십m씩 늘어선 행렬의 끄트머리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왕옌(19)은 “실제로 쓰인 성화봉을 들고 서면, 진짜 올림픽의 한복판에 참여했다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부터 공식 후원사인 ‘더 올림픽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베이징 시내 버스와 지하철에 올림픽 광고를 래핑하고, 농구의 야오밍과 탁구의 왕하오 등 스포츠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문구나 로고를 쓸 수 없는 LG전자는 중국 유력 포털인 소후닷컴(sohu.com)과 스포츠닷시엔(sports.cn)이 주도한 ‘짜요 중궈’(加油 中國) 캠페인을 후원하는 한편, 중국인들의 소망을 담은 TV 광고를 제작해 올림픽 기간에 〈CCTV〉 등 주요 채널에 집중 방영하고 있다. 또 지난 7~8월 중 3천위안 이상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 중 2008명을 추첨해 대만 여행을 보내주는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의 발빠른 행보도 눈길을 끈다. 스포츠 의류업체 EXR는 지난해 응원문구 ‘치어 업 차이나’를 담은 올림픽 티셔츠를 내놓았고, 중국인들의 탁구 사랑에 착안해 빨간 탁구공을 전국 매장에 설치해 응원 메시지를 적어넣을 수 있게 했다. 제과업체 뚜레쥬르는 ‘중국 파이팅’이라는 문구를 제품 광고에 집어넣었으며,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중요 문화행사 중 하나로 선정한 한·중 합작 공연을 8월 말에 개최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만드는 락앤락은 올림픽 선수촌 공급 제품으로 지정된 까닭에 제품 포장 등에 ‘국가체육총국 선수촌 전용 제품 및 국가대표 선수 전용 제품’이라는 문구를 집어넣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간접광고 ‘특혜’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중국 업체들의 ‘올림픽 마케팅’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 무역관과 중국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행은 ‘중국비자올림픽 신용카드’를 200만 장 이상 판매했고, 베이징올림픽을 주제로 홍콩과 마카오에서 액면가 20위안인 지폐 400만 장씩을 발행했다. 개막식 성화 점화에 나선 중국의 국민적 스포츠 스타 리닝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포츠 의류업체 ‘리닝’은 국영 〈CCTV〉 올림픽 채널의 모든 프로그램 사회자·진행자들에게 의류와 신발을 제공하고 있다. 또 중국의 간판 전자업체인 레노버와 하이얼도 〈CCTV〉의 올림픽 방송 때 진행자 좌우에 회사 로고가 선명한 PC와 TV를 설치해 간접광고의 ‘특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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