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제도 변경·저가항공 진출 등에 두 항공사 신경전… 비행운영규정 표절 논란은 법정까지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따라쟁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자신들을 무작정 따라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무언가를 할 때마다 아시아나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 슬그머니 따라해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일방적으로 따라하는 게 아니고 경쟁사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관심 없다고 해놓고 말바꾸기 한다”
2등 기업이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미투(Me Too)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선두업체 따라하기’(follow-the-leader) 경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이같은 ‘따라하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차례 대한항공이 불쾌해할 만한 일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마일리지제 변경안을 내놨다. 2008년 7월1일 이후 쌓은 마일리지는 유효기간 5년이 끝나면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의 혜택을 축소시킨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변경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아시아나가 지난 6월 마일리지제를 변경했다. 올 10월부터 쌓이는 마일리지에 대해 회원 등급별로 5~7년 안에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대한항공 쪽은 “아시아나가 고객과 언론에서 욕을 안 먹기 위해 교묘히 무임승차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대한항공이 한발 앞서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저가항공 진출 역시 아시아나가 따라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은 200억원으로 ‘진에어’라는 저가항공 법인을 만들고 2008년 7월부터 저가항공을 띄운다고 밝혔다. 당시 아시아나는 “한국에선 저가 항공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진출하지 않을 듯이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지난 2월 부산에 기반을 둔 저가 항공사인 에어부산에 23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에 ‘맞불’을 놓았다. 대한항공은 “저가항공에 관심 없다고 해놓고서 말바꾸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부산시와 부산 지역 경제인 단체의 협조 요청과 지역 항공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항공회사의 감정싸움은 법정 다툼으로 치닫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대한항공은 비행운영규정(FOM)을 베꼈다며 아시아나를 고소했다. FOM은 조종사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사람들이 지켜야 할 절차·기준 등을 담은 지침서다. 결국 올 4월 법원은 아시아나의 FOM 표절이 인정된다며 대한항공에 5천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대한항공이 따라한 것도 많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을 따라하지만 말고 고객을 위해서라도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FOM 표절은 업계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술적 매뉴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는 “동남아와 하와이 등으로 여행하는 고객들을 위해 겨울 외투를 무료로 보관해주는 서비스는 아시아나가 먼저 시작했는데 지금은 대한항공도 하고 있다”며 “여러 서비스를 따져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따라한 것도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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