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천억원의 상장 차액 누리게 된 SK 최태원 회장, 사회 환원 계획은 없고 지배권만 강화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지난 1993년 액면가 1만원짜리 주식이 한 그룹 최고경영자(CEO)에게 400원에 팔렸다. 올해 7월 이 주식은 희망공모가가 11만~13만원(액면분할로 액면가는 500원)으로 뛰었다. 15년 전 이 주식을 3억원치 산 CEO는 4천 배 오른 1조2천억원의 상장 차액을 누리게 됐다. 주식은 SK C&C주, 주식 주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그는 이 회사 지분 44.5%(890만 주)를 가진 최대 주주다.
“사회 환원 계획 밝힌 적 없다”
일단 최 회장이 이같은 막대한 상장 차익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언론에선 최 회장이 상장 차익의 일부를 사회를 위한 좋은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는 7월13일 SK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 회장이) 기업공개로 얻게 되는 이익을 개인 목적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일정 부분 활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확인해본 결과, SK그룹은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런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사회 환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밑에 있는 사람이 ‘사회에 환원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SK 관계자도 “잘못 나온 얘기다. 캐시(현금)가 있어야 사회 환원을 할 게 아닌가. 최 회장은 상장을 하더라도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을 팔아야 환원을 할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단 최 회장의 상장 차익 사회 환원은 없었던 일로 됐다. 하지만 그 ‘불씨’는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SK그룹엔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1조원이 넘는 상장 차익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 SK그룹은 7월 안으로 SK C&C를 기업공개(IPO)해 상장할 계획이었다. SK C&C 지분은 최 회장 44.5%(890만 주), SK텔레콤 30%(600만 주), SK네트웍스 15%(300만 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장할 경우 최 회장은 주식을 팔지 않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었다.
상장 이유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현재 SK그룹은 최 회장→SK C&C→SK(주)→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지난해 7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유예기한인 내년 6월30일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한다. SK텔레콤·SK네트웍스가 가진 주식을 팔면 순환구조를 끊을 수 있다.(그래프 참조)
애초 SK C&C가 기업공개를 통해 희망하는 주가는 주당 11만5천원~13만2천원(액면가 500원)이었다. 희망대로 공모가를 받을 경우, 최 회장의 주식보유 가치는 1조235억원~1조174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장 계획은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일단 연기됐다. SK C&C가 올해 안으로 다시 상장을 하려면 자격심사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년에 공모를 하려면 두서너 달의 상장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올해 안으로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종업계 1위 삼성SDS보다 높은 공모가
일부에선 공모가가 너무 높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SK C&C는 1조2천억원 매출액에 7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같은 비상장 업체로 동종업계 1위인 삼성SDS는 지난해 2조원 매출액에 3천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삼성SDS 주식(액면가 500원)의 장외시장 가격은 6만원대 정도다.
이에 대해 SK그룹 쪽은 “SK C&C의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매출액은 1조원이 넘고, 이익은 800억원에 이르는 알짜기업이다. 삼성SDS는 자본금이 300억원이다. 기업 가치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K C&C의 매출액과 순익은 계열기업 몰아주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SK텔레콤을 비롯한 계열회사들로, 이들이 맡기는 전산 용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때 SK C&C 매출의 70% 이상이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물량이었다. SK그룹 쪽은 계열기업 물량 몰아주기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 SK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현실적으로 계열사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냐. 그렇게 해서 성장해왔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SK C&C의 지난해 매출액에서 계열사 비중은 58%로 내려왔다. 올해 안으로 50%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 관계자는 “만약 계열사 몰아주기가 법적·제도적으로 문제가 됐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만히 있었겠는가. 오히려 SK C&C는 비상장 회사임에도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높이는 등 투명성 있는 경영을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공모를 통한 상장이라는 투명한 방법을 진행하다 보니 최 회장 지분의 평가차익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명한다. 한 SK그룹 인사는 “상장을 하지 않는 대신 재무적 투자자를 정해 지분을 팔면 조용히 순환출자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SK C&C가 비상장으로 남아 있다면 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할 마땅한 우호 주주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상장 또는 SK(주)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 결국 SK그룹은 상장을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SK 계열사들도 SK C&C를 상장할 경우 상당한 덤을 얻게 된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상장 뒤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장기투자증권으로 분류됐던 무수익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공모희망가액을 기준으로 보면 두 회사의 매각대금은 각각 6900억원과 3450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마지막 걸림돌인 순환출자 문제를 풀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와 ‘지배권 강화’ 잡기
이수정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SK가 SK C&C를 상장한다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 체제를 깔끔히 마무리하게 된다. 오히려 최 회장 지배권은 강화된다. 하지만 여전히 SK C&C는 SK텔레콤 등 계열사 물량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지배권을 가진 SK C&C는 계열사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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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는 기업에 필요한 컴퓨터 업무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유지·보수해주는 회사다. 흔히 시스템통합(SI) 업체로 불린다. 지난 1991년 유공(현 SK에너지)과 선경건설(현 SK건설)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실패로 돌아가고, 대신 SK그룹은 1993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당시 유공과 선경건설은 액면가 1만원인 SK C&C의 주식을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 매제에게 주당 400원에 팔았다. 최 회장이 SK C&C 지분을 사는 데 든 돈은 고작 2억8천만원이었다. 최 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시민단체와 SK그룹의 설명은 좀 다르다. 시민단체 쪽에선 재벌 총수에게 헐값에 주식을 매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SK그룹은 변변한 실적도 못 내는 회사를 오너가 책임을 지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한다.
SK C&C는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 하지만 1998년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이 SK C&C를 부당하게 지원해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최 회장은 갖고 있던 SK C&C 지분 30%를 SK텔레콤에 무상 증여 형식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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