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1.94% 폭락한 용인·분당·평촌, 미분양에 매물만 넘치는 강남·서초·송파·목동 실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뛸 것이다”라는 기대도 잠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완연한 하락세다. 강남·목동·분당 등은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06년 말에 비해 2억∼3억원씩 떨어졌다. ‘버블세븐 가격 붕괴’ ‘가격폭락 쇼크 확산’ ‘급매물도 거래 실종’…. 최근 집값이 곤두박질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팽배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보다 분당이, 분당보다 용인이 더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 3∼4년 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던 지역들이고, 그래도 버텨낼 수 있는 곳들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정말로 나쁘구나 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용인·분당·평촌·목동)은 이제 ‘버블붕괴 세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버블세븐 지역에 급매물이 속출하고 서울 반포 자이 재건축아파트조차 미분양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심상찮은 기류가 돌고 있는 건 분명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은 지난해 1년간 2.18% 하락했으나 올해는 0.65% 떨어진 반면, 서울이 아닌 세븐은 지난해 1년간 1.15% 하락했다가, 올 들어 6개월간 벌써 1.94%나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가장 비쌀 때 11억5천만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9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구 개포동 자이아파트 158.67㎡형은 2006년 말에는 16억5천만∼19억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 14억5천만으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연구소 등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최고 정점을 이뤘던 2006년 말 3.3㎡당 최고 3569만원이었던 집값이 현재 평균 3511만원으로 내려갔다. 강남구 개포동 LG자이 158㎡형은 17억7500만원에서 현재 14억7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2차 62㎡형은 2006년 11억2500만원에서 현재 2억1500만원이 하락한 9억1천만원 선이다. 한때 15억원을 호가하던 양천구 목동 대형 아파트는 2년 새 3억∼5억원이 빠졌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입주자들은 추가 하락을 염려해 가격 하락을 쉬쉬하고 있다. 8억원을 호가하던 목동 한신·청구아파트 109㎡형도 최근 6억원 미만까지 가격이 빠졌다.
강남서울에 비해 경기 과천·용인·분당·평촌·동탄신도시의 분위기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지난 6월 0.39% 떨어져 2000년 11월(-0.47%) 이후 월간 단위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분당 지역의 경우 3.3㎡당 아파트 매매가는 1873만원 선까지 내려갔다. 지난 1월 2천만원대가 무너진 이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용인 수지 지역의 풍덕천 165㎡형의 경우 지난해 초 8억3천만원이었지만 현재 6억3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동탄신도시 등은 아파트가격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주변의 기존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아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집값이 공고하게 유지돼온 분당·용인 등에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호가만 잔뜩 높여 부르던 배짱 매물은 뚜렷이 줄어들었다.
반포자이 재건축아파트 미분양 사태
특히 강남의 대표적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반포주공 반포자이 재건축아파트조차 일반분양 미계약분이 속출하며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다. 반포 자이는 실제 계약에서 일반분양분 599가구 중 38%인 21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예정 아파트 가격이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8만4532가구 중 65%인 5만4772가구가 올 상반기에 평균 3.13%(송파 6.88%, 강동 4.61%, 강남 2.29%) 하락했다. 개포동 주공2단지 72㎡형이 4천만원 하락한 13억∼13억5천만원 선이다. 가락동 가락시영2차 62㎡형은 2006년 말 11억2500만원에서 현재 9억원 선으로 내려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인근 재건축아파트 입주 물량을 갖고 있는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입주에 따른 잔금 여력이 부족하고 종부세 부담 등으로 급매물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의 가격 하락세 속에 기존 아파트에서도 급매물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큰 폭으로 집값이 올랐던 서울 강북 지역 역시 사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오름세가 뚝 그쳤다. 노원구 상계동 82㎡의 경우 3억원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2천만원가량 가격을 내린 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기존 주택들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거래가 뚝 끊기고 호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안명숙 팀장은 “최근 주식시장과 펀드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택시장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실 몇억 단위씩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이 안 팔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이 떨어지는데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9%(고정금리)를 돌파하는 등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빚을 내 집을 구입한 사람들 사이에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변동금리형 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91.7%를 차지하는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변동금리 주택대출 금리를 각각 일주일 전보다 0.02%포인트 올려 연 6.69∼7.39%와 5.84∼7.12%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주택담보 대출의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만기 5년 미만의 비중이 2007년 말 현재 전체 대출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또 2005년 이후 장기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는데, 이 상품의 88%가 3년 정도 거치기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 본격적인 원금 상환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속적 하락 전망 속 규제 완화 기대
그러나 집값이 조만간 폭락할 것으로 보는 업계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집값이 서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함영진 실장은 “금리와 물가가 오르고 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혼자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2주택 양도세 중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부동산 규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한 편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정부는 7월10일 분양값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부양과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라고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고분양가와 고금리에 기인하는데, 정부가 가격안정 대책을 모두 풀면 오히려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명숙 팀장은 “이명박 정부가 별로 다르지 않구나 하면서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는 반면, 한 번 더 두고 보자는 막연한 기대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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