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놓고 맞붙은 두 사내… 강정원 행장 겸직론 우세했으나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뒤집기 승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6월19일 서울 삼성서울병원,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부친상 빈소.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조문을 왔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 귀엣말을 나눴다.
이날 두 사람을 지켜본 한 금융권 인사는 “황 전 회장이 ‘KB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원서를 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한 것 같았다. 워낙 바쁜 두 사람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얘기를 나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 이유로 “발인이 끝나자마자, 황 전 회장이 9월 출범하는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장을 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검투사’ 별명 얻은 황영기
이에 대해 황 전 회장은 과 한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그때 강 행장이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지’ ‘장지가 어디인지’ 등을 물어와 답했을 뿐이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지원하게 된 것은 헤드헌트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상중이라 경황이 없었다. 삼우제를 지낸 뒤 헤드헌트 회사가 지원서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사람이 빈소에서 나눈 얘기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KB금융지주 회장을 놓고 진검승부가 예견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강정원 행장이 지주회사 회장을 겸직하는 원톱 체제로 갈지, 아니면 ‘황영기 회장-강정원 행장’의 투톱 체제로 갈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9명의 사외이사로 꾸려진 지주회사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가 최종 결정을 했다. 회추위는 7월3일 강 행장과 황 전 회장 등 4명의 회장 후보를 면접한 뒤 황 전 회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지주회사 회장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행장은 은행을 전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KB금융지주는 투톱 체제로 꾸려지게 됐다. 결국 두 사람의 한판 승부는 황 전 회장의 ‘막판 뒤집기 승’이었다.
애초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강 행장이 지주회사 회장까지 맡아야 한다’는 겸직론이 우세했다. 지주회사 출범 때인 만큼 최고 경영진 간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느닷없이 ‘황영기 카드’가 나오자 국민은행 쪽은 출렁거렸다.
두 사람은 물밑에서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 강 행장은 7월1일 월례조회에서 “국내 선도 금융기업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강 행장이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에 연거푸 실패해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은행의 취약 부분인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을 전격 인수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은 이같은 공격 경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뒤 7천억원가량의 IB 투자 손실을 우리은행에 입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황 전 회장의 별명은 ‘검투사’다. 그는 ‘검투사처럼 너무 공격 경영에만 나서는 게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라는 영화 보셨어요? 주인공은 싸울 때는 공격적으로 나서지만 가족과 동료들 앞에선 부드럽죠. 검투사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요”라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국민지주도 신한의 라응찬 회장이나 하나의 김승유 회장처럼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필요하고 은행 경영을 열심히 맡아서 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론을 듣기 위해 강 행장과 연락을 시도했다. 비서실과 홍보실을 통해 수차례 요청했으나 끝내 강 행장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강 행장다운 스타일이다. 대신 그의 한 측근한테서 간접적으로 강 행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신한·하나는 오너 같은 경영자가 있는 회사다. 그런데 오너가 없는 회사는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면 경영 노선을 놓고 매일 싸우게 된다. 우리은행장이 경쟁 은행이던 국민은행으로 오겠다는 것은 상도의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의 자산을 2004년 137조원에서 2006년에는 212조원대로 급성장시켰다. 그의 재임 기간 우리금융 주가는 154.93% 치솟았다. 비슷한 기간 강 행장이 이끌던 국민은행의 주가상승률은 86.4%였다. 이에 반해 강 행장은 2004년 0.19%까지 떨어졌던 총자산이익률(ROA)을 2006년 1.24%까지 끌어올리며 내실을 다져나갔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질기고도 길었다. 두 사람 모두 외국계 금융회사로 은행업에 발을 디뎠다. 1982년 황 전 회장이 먼저 미국계 금융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에 들어왔고 다음해 강 행장이 입사했다. 두 사람은 여기서 7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별로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가다.
89년 황 전 회장은 삼성그룹으로 옮겨 삼성투신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뒤 2004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사령탑을 맡게 된다. 그사이 강 행장은 뱅커스 트러스트 한국대표를 지낸 데 이어 이헌재 금감위원장에 의해 서울은행장에 발탁됐다. 2004년 국민은행장으로 부임했고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처럼 캐릭터와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 투톱 체제로 금융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황 전 회장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업형이라면, 강정원 행장은 내실 위주의 수성형이다.
회장 후보로 맞붙은 강 행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강 행장이 퇴진할 경우 황 전 회장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감안할 때 국민은행이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행장 쪽에선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 행장의 임기는 2년6개월가량 남아 있다.
황 전 회장의 앞길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당장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면서 회장 선임을 반대해온 국민은행 노조를 추슬러야 한다. 노조는 황 전 회장이 선임될 경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회추위원은 “낙하산 운운은 택도 없는 소리다. 우리 내부에서도 추천이 있었고 많은 헤드헌트사들도 추천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정권 낙하산 인사 논란
KB국민지주는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은행 비중을 낮춰야 한다. 국민은행과 계열사의 총자산 중 98%가량이 은행 부문에 쏠려 있다. 증권사에 대한 추가적인 M&A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 진출도 다져나가야 한다. 올해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 은행 지분 30%를 약 6213억원에 인수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주고 인수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황 전 회장은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탄은 풍부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은 19조8천억원으로, 자회사 출자한도 30%를 적용할 경우 여유자금은 5조9400억원이나 된다.
회장 내정자로 자리가 바뀐 황 전 회장은 물론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등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 측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은행권 M&A에서 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232429106_5417682227122231.jpg)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
![[단독] 전직 동작구의원 “김병기, 총선 전 돈 요구…돈 준 구의원 여럿” [단독] 전직 동작구의원 “김병기, 총선 전 돈 요구…돈 준 구의원 여럿”](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093766219_20260112503379.jpg)
[단독] 전직 동작구의원 “김병기, 총선 전 돈 요구…돈 준 구의원 여럿”
![[단독] 이 대통령, 시진핑에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 4대사업 제안 [단독] 이 대통령, 시진핑에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 4대사업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541281811_20260112503825.jpg)
[단독] 이 대통령, 시진핑에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 4대사업 제안

서울 시내버스 막판 협상 결렬…버스노조 “새벽 4시 첫차부터 파업”

김병기 “이토록 잔인한 이유 뭔가…제명 의결 즉시 재심 청구”

‘뒤늦은 반성’ 인요한 “계엄, 이유 있는 줄…밝혀진 일들 치욕”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축출된 왕조 왕세자, 트럼프 지원 요청

트럼프 ‘그린란드 야욕’에…EU 국방수장 “미군 대체할 유럽군 만들자”

김건희 ‘작은엄마’ 부르던 전직 실세 행정관, 만취 음주운전 기소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