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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기간에 불평등 크게 악화

등록 2007-11-16 00:00 수정 2020-05-03 04:25

주원인은 저소득층 소득 감소…노무현 정권은 정말 좌파일까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노무현 정부는 과연 분배 지향의 좌파 정권이었을까? 참여정부 기간(2003∼2006년)에 각종 소득분배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2002년까지 소득분배 불평등이 개선되다가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또다시 분배 불평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부터 2002년까진 개선됐으나

지난 7월,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최근 소득분배 및 공적 이전·조세의 재분배 효과 추이 분석’ 보고서(기획예산처 용역 과제)에 따르면, 국민 다섯 중 한 명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통계청의 1996∼2006년 도시가계조사 및 (전국)가계조사 원자료(해마다 5천∼9천 가구 조사)를 사용했다.

연구 결과, 시장소득(가구원이 직접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정부 보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은 제외) 기준으로 도시가계(근로자 : 자영업자 : 무직자 비율이 약 6:3:1)의 ‘절대빈곤율’(최저생계비 이하 가구 비율)은 2003년 10.22%, 2004년 10.28%, 2005년 11.32%, 2006년 11.35%로 계속 높아졌다. 2002년의 절대빈곤율은 9.53%였다. 전국의 전체 가구로 보면 절대빈곤율은 2006년 14.0%였다. 이번에는 ‘상대빈곤율’(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소득가구 비율)을 보자. 2003년 이후 도시가계든 전국가계든 시장소득의 상대빈곤율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도시가계의 상대빈곤율은 2000년 13.51%, 2002년 13.63%였는데, 2003년에는 14.88%, 2004년 15.71%, 2005년 15.97%, 2006년 16.42%로 갈수록 증가했다. 상대빈곤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전국가구의 상대빈곤율은 2006년에 시장소득 기준으로 18.45%였다. 국민 5.4명 중 1명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이 큼)로 따져봐도 도시가계의 시장소득 기준 소득 불평등도는 2000년 0.325에서 2003∼2006년에는 0.327∼0.337로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이후 떨어지다가 2003년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다.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은 2002년 12.68%까지 내려왔다가 2003년 13.63%, 2004년 14.23%, 2005년 14.40%로 계속 증가했다.

소득 분포에서 양 극단을 비교한 불평등은 어떨까? 도시가계 시장소득의 소득 10분위 배율(상위 소득층 10%의 소득/하위 소득층 10%의 소득)은 2000년 12.61배, 2002년 12.88배에서 2003년 14.76배, 2004년 14.89배, 2005년 15.58배, 2006년 15.77배로 계속 증가했다. 최상위 10%의 소득이 최하위 10% 소득의 15.7배나 된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도시가구를 소득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했을 경우, 시장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하위 20%의 소득)도 2000년 6.03배, 2002년 6.17배에서 2003년 6.41배, 2004년 6.61배, 2005년 6.77배, 2006년 6.95배로 4년 연속 불평등이 심화됐다.

자영업자 사업소득 불평등 증대

이제 참여정부 동안 분배 불평등이 악화된 이유를 살펴보자. ‘도시 근로자 가구’는 2005년과 2006년에 불평등 지표가 개선됐다. 반면 실질소득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 건 ‘도시 자영업자’였다. 2003∼2006년 전체 근로자 가구는 시장소득이 평균 2.95% 증가했으나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은 1.65% 증가에 그쳤다. 특히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자영업자 가구 총소득 대비 약 70%를 차지함) 증가율이 2003∼2006년에 거의 0%에 가까웠다. 참여정부 들어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소득증가율이 낮은데다 도시 자영업자의 소득증가율이 아주 낮았고, 이것이 전반적인 소득분배 악화를 가져온 것이다. 1999∼2003년에 비정규직 급증으로 근로소득 불평등이 확대됐는데, 참여정부 동안에는 비정규직이 ‘고착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2003∼2006년에는 오히려 ‘근로소득’ 불평등이 감소했다. 반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대해 소득분배가 악화된 셈이다.

도시가구가 벌어들인 시장소득 중에서 근로소득은 1999년 평균 76만6천원(총 시장소득의 62.8%)에서 2006년 109만1천원(69.3%)으로 구성비가 증가한 반면, 자영업 사업소득은 1999년 34만7천원(28.4%)에서 2006년 37만1천원(23.5%)으로 구성비가 크게 줄었다. 특히 2003년에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나 사업소득은 급감(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이렇듯 가구주의 고용 형태별로 볼 때, 자영업자 가구의 시장소득 증가율이 2003년 이후 크게 하락해 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 자영업자 가구 소득은 2000년 97.1%에서 2006년 91.1%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1인당 실질소득은 2000년 2220만원에서 2005년 1770만원으로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소득 분위별로 볼 때 1999∼2002년에는 소득 하위 가구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높아 불평등이 개선됐다. 당시 하위 20%는 가구소득이 연평균 8.8% 증가한 반면, 상위 20%는 5.2%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2003∼2006년에는 하위 20% 가구소득이 0.6%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2.6% 증가했다. 하위 1·2분위 소득계층은 2002∼2005년 실질소득 감소를 경험하는 등 참여정부 동안 하위 소득계층 소득증가율이 평균 소득증가율에 못 미쳐 분배 악화가 초래된 것이다. 하위 소득층의 임금근로 취업률 감소도 소득 불평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구주의 임금근로 취업률을 보면, 1999∼2002년에는 하위 소득 20% 계층은 4.2%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2003∼2006년에는 상위 소득 20% 계층 가구의 임금근로 취업률이 3.3%포인트 증가한 반면, 하위 소득 20% 계층의 임금근로 취업률은 3.1%포인트 감소했다. 결국 참여정부 동안 소득 불평등 증가는 △하위 소득 가구의 임금근로 취업률이 낮아졌고 △상위 소득 가구는 임금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하위 소득 가구는 (임금근로 취업에 비해) 자영업 취업자가 늘고 자영업 사업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 2003∼2006년 가구주의 임금근로 취업률이 하위 소득층은 감소하고 상위 소득층은 증가했는데, 이것이 참여정부 동안 소득 불평등 증가의 72.2%를 설명한다”면서 “상위층은 임금근로 취업이, 하위층은 자영업자 취업이 늘었는데, 임금근로 격차는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 사업소득은 크게 감소해 분배가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즉, 외환위기 이후의 소득 불평등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고소득층 소득 증가에 따른 것인 반면, 참여정부 동안의 소득 불평등 증가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좌파 정권? 웃기는 이야기”

노무현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보고서는 “공적 이전 및 조세의 재분배 효과를 통해 소득분배가 일부 개선된 점은 인정된다. 공적 이전은 절대빈곤율을 7.7%포인트 낮추고, 상대빈곤 기준으로 보면 공적 이전이 빈곤율을 3.3%포인트 낮춘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소득 불평등’을 줄이지 못했고, 지속적인 분배 악화를 막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1월1일 제1회 관훈포럼에서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0년간의 진보 정권 집권에 대해 “복지 지출 비중이 (국내총생산의) 7%대로 올라갔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4%이고, 우리나라보다 소비 수준이 낮고 인구 고령화가 훨씬 덜 진전된 나라들도 12%를 쓰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이 좌파 정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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