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희 기자/ 한겨레 국제부 minggu@hani.co.kr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요르단 여성들이 당하는 ‘명예살인’의 고통을 고발하는 책을 써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르단 출신의 여성 작가 노르마 코우리(34)가 ‘가짜 경험’ 논란으로 위기에 처했다.
2002년 출판된 코우리의 작품 (Forbidden Love)은 그의 친구 다리아의 이야기인 ‘논픽션 실화’로 알려졌다. 책 속에서 코우리와 단짝 친구 다리아는 함께 요르단의 암만에서 남녀 공용 미용실을 운영했고, 다리아는 손님 중 한명인 기독교도 병사 마이클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가족에게 발견됐고, 다리아는 1995년 분노한 아버지의 칼에 12번이나 찔려 죽었다. 코우리는 자신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요르단에서 도망쳤으며 아테네의 인터넷 카페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이슬람 국가들에서 강간을 당하거나 혼외정사 등 이슬람 율법에 금지된 사랑을 한 여성을 가족들이 살해하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명예살인’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16개 국가에서 출판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20만권 이상이 팔렸고 ‘역사상 최고의 책 100권’에도 뽑혔다.
그러나 지난 7월24일 오스트레일리아 일간지 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친구의 실화를 책으로 썼다는 코우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폭로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사는 사건이 일어난 90년대 후반 요르단에서 도망쳤다는 코우리의 주장과 달리, 그녀는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와 2000년까지 시카고에서 살았던 미국 시민권자이며 어머니와 형제들이 지금도 미국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므로 자전적 실화라고 밝힌 이 소설은 날조된 이야기라는 것.
아랍 여성들의 고통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독자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 책을 출판한 ‘랜덤하우스 오스트레일리아’는 26일 코우리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때까지 책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우리의 대변인은 코우리가 반박할 증거들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녀는 이민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체류 허가를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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