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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껌값’을 비웃지 말라 ‘자일리톨 휘바’

등록 2005-07-0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껌의 가격이 더 이상 ‘껌값’이 아니게 된 것은 순전히 자일리톨 껌 때문이다. 국내 자일리톨 껌의 원조 격인 롯데제과 ‘자일리톨 휘바’ 1통(66개들이 코팅 껌)이 5천원에 팔린다니 껌값을 우습게 볼 수 없게 됐다.
자일리톨 휘바는 롯데제과 제품군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지난 한해 롯데제과가 자일리톨 휘바로 올린 매출은 무려 140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1조1천억원)의 12%에 이른다. 롯데제과가 껌을 팔아 올리는 매출 가운데 3분의 2는 자일리톨 껌에서 나온다. 국내 전체 껌 시장에서 자일리톨 휘바가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하다. 껌 시장 규모가 3200억원가량임을 감안할 때 자일리톨 휘바 한 품목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자일리톨 껌 시장(2000억~2100억원)만을 놓고 볼 때 자일리톨 휘바의 비중은 대략 70% 수준이니 ‘껌의 지존’이라는 농담이 나올 법도 하다.
롯데제과가 자작나무에 들어 있는 천연 감미료인 자일리톨을 활용한 껌을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 1997년. 1990년대 들어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무설탕 껌의 인기가 시들해진 때였다. 당시 자일리톨 껌의 이름은 ‘FRESH’(신선한)라는 뜻을 집어넣은 ‘자일리톨F’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부터 핀란드어로 “참 잘했다”는 뜻의 ‘휘바’를 넣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다.

자일리톨 껌이 처음부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롯데제과 중앙연구소의 껌·캔디 연구팀(팀장 이의선) 주도로 개발된 초창기 자일리톨 껌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식품의 효능 광고를 금지하는 국내법의 한계에 묶여 자일리톨 껌의 충치예방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었다. 여기에 가격이 500원으로 책정돼 일반 껌(300원)보다 훨씬 비쌌고, 중량·크기 등에서 별 차별을 보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롯데제과가 새로운 자일리톨 껌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00년. 2년여 동안 제품설계에서 시장조사,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마치고 제품의 우수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뒤였다. 롯데제과가 첫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차별적인 제품 형태와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미 나와 있던 껌과는 다른 형태인 케이스 껌(껌의 폭을 좁히고 포장구조를 납작하게 한), 알약 형태의 코팅 껌을 내놓은 게 이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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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의 마케팅 전략은 광고비를 쏟아붓기보다는 신뢰성에 바탕을 둔 구전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었다. 제품을 시중에 선을 보이기에 앞서 그해 2월부터 병에 자일리톨 코팅 껌을 넣어 치아 건강에 관심 있는 치과병원 환자와 의사들에게 팔기 시작한 게 그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자일리톨 성분에 관한 지식을 갖춘 의사들의 제품 추천은 환자들에게 빠르게 전파됐으며,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환자들의 반응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매출이 쑥쑥 불어났다.

자일리톨 껌 시장이 확대돼감에 따라 해태제과와 동양제과(현 오리온)도 2001년부터 자일리톨 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경쟁 업체들의 가세와 가격 경쟁으로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 매출은 2002년 1799억원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긴 했어도, 여전히 롯데제과의 최대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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