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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병과 캔의 틈새 ‘페트병 맥주’

등록 2005-06-10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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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에서 페트병 맥주가 등장한 건 2003년 11월. 페트병 맥주인 OB맥주 큐팩(카스큐팩 포함)은 2003년 11월 출시 뒤 판매량이 84.1KHL(킬로헥토리터)에서 2004년 1042.8KHL, 올 들어 418KHL가 팔렸다. 거의 동시에 선보인 하이트맥주 페트병 맥주(하이트피쳐·프라임피쳐)는 2003년 11월 출시 뒤 419만병(1.6ℓ짜리)에서 지난해 2004년 7495만병, 올해 4월까지 2548만병이 팔렸다. OB맥주와 하이트맥주를 합쳐서 전체 맥주시장(병·캔·페트·생맥주)에서 차지하는 페트병 맥주 비중은 2004년 13%에서 현재 15%까지 증가했다.

페트병 맥주는 기존의 병맥주와 캔맥주 시장 수요를 뺏어오는 ‘대체재’ 성격이 크다. 맥주에도 콜라·사이다처럼 페트병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국내에서 처음 페트병 맥주를 시도하고 나선 건 (주)효성이다. 효성 패키징PU 마케팅팀은 90년대 중반부터 맥주용 페트병 개발에 나섰다. 당시 외국에서는 밀러·칼스버그 등 유명 맥주업체들이 깨지지 않아 안전하고 휴대가 간편한 페트병 맥주를 이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었다. 효성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맥주용 페트병은 3층 다층막 구조와 특수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사용했다. 효성쪽은 “다층막 구조로, 페트 사이에 얇은 차단 비닐막을 더 집어넣어 바깥의 산소가 페트병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맥주의 탄산가스는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차단한다”며 “6개월 이상 맥주 고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성쪽은 그 뒤 OB맥주와 하이트맥주를 찾아가 우리나라 맥주에도 페트병을 실험해보자고 수차례 제안했다. 그러나 맥주업체들은 “술은 아직 페트병이 우리나라에서 이르다. 소비자들도 낯설어한다”며 번번이 거부감을 나타냈다. 효성은 “시장 테스트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테니 한번 해보자”고 또다시 설득한 끝에 결국 하이트맥주와 양해각서를 맺기에 이른다.

관건은 맥주의 톡 쏘는 청량감을 유리병·금속 캔맥주에 못지않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공장에서 생산해 소비자한테 전달되는 데 한두달은 걸린다. 그동안 맛이 버텨줘야 한다. 캔·유리병은 뚜껑을 따지 않는 한 탄산가스가 전혀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페트병은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분자구조에 미세한 틈이 있어서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효성쪽은 “콜라·사이다는 6개월이 지나면 안에 든 탄산가스가 15% 이상 빠져나가는 반면, 맥주용 페트병은 특수 재질로 돼 있어서 6개월이 지나도 10% 이상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누출량이 10% 이하면 막 생산된 것이나 6개월 지난 것이나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양사 모두 맥주용 페트병은 1.6ℓ짜리 단 하나만 출시하고 있다. 500㎖ 같은 소용량 페트는 왜 만들지 않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은 콜라와 달라서 병·캔이 페트병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마케팅 차원에서 1.6ℓ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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