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경제]
세계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 냉전구도의 해체는 미국 역할 재조정의 문제이기도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동북아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동북아의 핵심국가인 한·중·일 3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 3국의 인구는 유럽연합(EU)의 네배나 된다. 동북아 3국의 지난해 교역 신장률은 전 세계 평균(4.6%)보다 5배나 높은 22.8%의 신장률을 기록했고, 그 결과 지난해 동북아 3국의 무역액은 2조812억달러로 미국의 2조296억달러를 초과했다. 동북아가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3국 협력의 발목 잡는다
세계경제에서 동북아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3국간 경제관계 역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입대국인 중국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일본(17.9%), 대만(11.9%), 한국(10.5%)이 빅3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 홍콩에 이어 중국의 주요 수출국이다. 일본에게 중국은 최대 수입국이자 두 번째 수출국이고, 한국은 세 번째 주요 수출입국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게 중국과 일본은 수출에서는 1위와 3위, 수입에서는 3위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 3국간의 경제적 교류는 크게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동북아 3국간의 협력과 공동 번영은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3국은 한자리에서 공통으로 동북아시아 문제를 고민하고 대응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과 그 이후의 냉전구도 등 이 지역에서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과거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냉전구도의 해소는 동북아의 공동 번영과 안정 그리고 세계평화로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키워드이다. 현재 중국은 당분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일본은 장기 경기침체로부터 구조적 탈출을, 그리고 한국은 국민소득 1만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의 냉전구도 해체는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동북아의 역할과 비중을 생각할 때 세계경제의 번영과 세계평화의 발전에 핵심사안이 된다.
한편 동북아 냉전구도의 해체는 냉전구도의 중심축에 있는 미국의 역할과 비중을 ‘신동북아’에서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2년 10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했다”는 켈리 미국특사의 방북 뒤 발언으로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뒤 이른바 ‘동아시아 마샬플랜’ ‘뉴오리엔탈 구상’ ‘동아시아 개발플랜’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진행된 북한의 개방과 개혁 프로그램) 등이 급속히 가라앉은 것은 ‘신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즉, 북한 핵문제의 제기를 통해 냉전구도 이후의 ‘신동북아’의 청사진에 미국이 배제되는 한, 미국은 동북아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동북아에서 냉전구도를 유지해 미국의 헤게모니 체제를 위협하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동구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 가입으로 유럽으로의 팽창이 어려워진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함으로써 러시아의 부활을 막을 수 있다.
지역대립 구도는 군비 경쟁만 심화
게다가 이른바 ‘월스트리트-미국 재무부-국제통화기금(IMF) 복합체’에 도전하는 동북아개발기금의 구상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아시아의 일부 동맹국들이 참여함으로써 이 지역은 MD 체제에 참가하는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로 양분되고 있고, 동북아에서 지역대립 구도는 이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구상에 대해 일본 역시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기에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현상유지 구상은 힘을 받고 있다. 일본은 MD 체제의 참여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뿐 아니라 MD 체제 구축에 필요한 핵심부품의 생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인 무기수출 금지 조항을 폐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북아 협력의 증대 경향을 실질적인 동북아 공동 번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신동북아’에 미국의 이해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즉 동북아와 미국의 윈윈(win-win)게임을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되고, 이런 점에서 한·미·일 안보동맹과 한·중·일 협력 체제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리더십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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