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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지루’는 어떤 곳인가

등록 2001-03-07 00:00 수정 2020-05-02 04:21

7200명이 모두 7개동의 건물에 수감돼 있는 카란지루 교도소는 수용 능력의 2배를 넘는 정원 초과 상태를 이어온 지 수년째다. 지난 98년에 주정부는 카란지루 분산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년 안으로 내륙에 24개 교도소를 새로 지어 카란지루의 모든 수감자들을 분산시키고, 현재 상파울루 시내 북부에 위치한 카란지루 교도소를 공원과 공립학교, 공영 스포츠·위락 시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2001년 현재까지 이 계획은 아직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공식명칭이 상파울루 교도소인 이곳은 한달에 수감자 식사 비용으로 80만달러를 쓰고 매일 8t의 쓰레기가 나오는 ‘또 하나의 도시’이다. 그 안에 들어서면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법과 규칙이 지배하고 있다. 상파울루가 아닌 다른 도시의 브라질 감옥 모습은 다른 나라의 감옥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죄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감방에서 보내고 운동과 산책 시간이 정해져 있고 옥외로 나올 때는 항상 엄중한 감시를 받는다. 카란지루의 내부 모습은 좀 다르다. 수감자들은 언제든지 마음대로 감방에서 나와 건물 내부와 마당을 돌아다닐 수 있고 다른 감방을 방문해서 떠들어댈 수 있고 별 거리낌없이 대마초를 피우고 코카인을 흡입한다. 정원 초과된 수감자들을 관리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 당국이 고육지책으로 고안한 조처이다.
남자 재소자들은 감방 안에서 부인을 맞아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5년 전부터 교도소 당국이 이를 허용하고 있는데 임신문제 때문에 여자 수감자에게는 허용이 안 된다. 당국에서는 여자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허용한 이후로 재소자 사이의 성폭행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재소자가 부인과 관계를 갖는 동안 같은 방 동료들이 텔레비전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여놓고 경건하게 두 사람의 침대를 외면하는 것은 무엇보다 엄숙한 그들 사이의 약속이다.
같은 카란지루 안의 죄수들이지만 생활양태는 천양지차이다. 스카치 위스키 다섯병 값이면 개인용 가구가 있는 좋은 감방의 자리를 살 수 있다. 텔레비전, 샤워기, 오디오를 비롯해 어지간한 호텔 수준의 개인용 ‘귀족’ 감방이 있는가 하면 누워서 잘 공간이 없어 돌아가면서 자야 하는 감옥 안의 ‘빈민촌’이 있다. 그중 어느 감방에 들어가느냐는 교도소 당국이 정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제일본부같이 교도소 안에서 위세를 떨치는 조직원들이 결정한다. 대개 좋은 감방에는 약 300달러 정도를 지불할 수 있는 돈많은 고학력자 재소자들이나 나이 많은 재소자들이 들어간다. 가장 환경이 열악한 감방에는 감옥 안 조직에 복종하지 않았거나 조직에 진 빚을 갚지 않은 자들, 강간범이나 어린이 유괴 살해범 같이 감옥 안에서도 저질로 취급되는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이 들어간다.
이번 카란지루 폭동의 원인이 된 감옥 내 마피아 세력이 그토록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상파울루 교도소 당국이 재소자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도소 행정을 엄격하게 실행한 리우데자네이루의 경우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재소자가 많은 교도소에다 강력 마약 밀매범이 많은 곳이지만, 지난해에 단 한건의 폭동밖에 치르지 않았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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