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부산 ITU 텔레콤에 선보인 ‘위성 DMB’ 서비스… 지상파 DMB 개시 앞두고 일대격돌 예고 </font>
▣ 부산= 글 · 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모든 이동형 기기는 휴대전화에 모아질 것인가. 문화혁명을 주도하며 음반 시장을 초토화한 ‘주범’으로 꼽히는 ‘MP3 플레이’의 위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아무리 통신 기능을 강화해도 크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개인휴대단말기(PDA)는 놀라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휴대전화로 여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부산 ITU 텔레콤 2004’에서 가장 주목받은 전시 품목은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였다.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 휴대전화가 위성수신 장치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휴대전화는 위성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일까.
시속 700km 비행기에서 수신 가능
최근 위성을 이용한 통신은 대중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위성통신의 위력을 보여준 결정적 장면은 이라크 전쟁의 긴박한 순간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전송하는 비디오폰이었다. 통신의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극복하기 때문이다. 위성통신들은 적도 상공 2만2천 마일의 정지 궤도를 돌면서 지구촌 구석구석에까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미주에서 극동을 포괄하는 24개의 위성을 보유한 ‘유텔샛’(Eutelsat) 등을 이용하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위성방송 시청에서 비디오 회의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한동안 이리듐이나 글로벌스타 등의 위성전화 시스템은 근시안적인 마케팅으로 궤멸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가 위성통신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영국 통신위성회사 ‘인마샛’(Inmarsat)이 10파운드 아래로 가격을 떨어뜨려 노트북보다 작게 만든 단말기 모델을 선보이면서부터다. 단말기의 접이식 30인치 평판 안테나 패널도 수초 내에 세울 수 있다. 이 제품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초고속 비디오폰까지 개발돼 장비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새로운 수요자가 대거 창출된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간 유연한 디지털 위성통신도 등장했다. 유럽우주국이 지난 3월16일 발사한 ‘스카이플렉스’(SkyPlex)를 이용한 인터넷과 방송 서비스다. 12개의 위성을 이용해 서비스될 스카이플렉스는 다중화 장치를 이용하기에 방송 장치에서 직접 방송 콘텐츠를 지상에서 우주선으로 쏘아올릴 수 있다. 이미 구축된 많은 디지털 비디오 방송 기지에 연결하기에 방송 신호를 광범위한 지역에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려면 90cm 크기의 2W 안테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위성통신 서비스는 DMB 서비스의 서막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위성통신 서비스는 나름의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중성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위성 DMB를 따라갈 게 없다. 더구나 세계 최초의 위성 DMB 서비스의 주역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SK텔레콤과 일본의 MBCo는 지난 3월13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DMB 전용으로 쓰일 ‘한별위성’을 쏘아올렸다. 한별위성은 발사 17일 만에 직경 12m의 대형 송신 안테나를 성공리에 펼쳐 휴대전화로 위성에 승선하는 길을 열었다.
위성 DMB는 대기권 밖의 위성에서 한반도를 향해 전파를 발사해 지상의 휴대단말기로 일반 방송을 시청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휴대용 디지털 위성방송인 셈이다. 방송 전파 송수신은 이렇게 이뤄진다. 먼저 지상의 방송센터에서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한별위성 주파수를 통해 쏘아올리면 한별위성은 이를 DMB용으로 할당된 S밴드를 통해 지상으로 뿌려주게 된다. 기존 방송의 시공간적 한계를 위성으로 돌파해 어디서나 휴대전화·차량용 단말기·PDA 등의 이동형 단말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국내의 위성 DMB 서비스는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서비스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별위성은 무궁화위성보다 16배 강력한 출력으로 한-일 양국 대부분의 지역을 포괄한다. 양국을 벗어나면 신호가 잡히지 않기에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SK텔레콤이 출자한 위성 DMB 서비스업체 TU미디오콥 마케팅전략팀 김정곤 과정은 “위성 DMB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신개념의 멀티미디어 이동방송을 실현한다. 영상은 물론 음성, 데이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구실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각지대는 중계기로 해결 가능
위성 DMB 서비스는 출퇴근이나 장거리 이동 과정 등에서 잠시 텔레비전을 시청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MP3 플레이어로 귀를 즐기던 사람들이 위성 DMB 단말기에 이목을 집중하는 셈이다. 위성 DMB는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에 지상파 TV의 보완재 구실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위성 DMB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속 300km까지 달리는 고속철도에서도 신호가 끊어지지 않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시속 700km를 넘나드는 비행기에서 실시간으로 채널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위성 DMB 서비스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이나 터널, 텔레비전 등 위성 DMB의 사각지대가 있는 탓이다. 이런 지역에는 중계기(Gap Filler)를 설치해 신호 잡음을 제거하면 된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중계기에 운용에 따른 주파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업체가 위성 DMB 서비스에 나설 때,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대가 비슷하면 신호 혼선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TU미디오콥쪽은 별도의 보호대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휴대전화로 위성 DMB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못한다. 위성에 승선하려면 위성 수신용 안테나가 장착된 별도의 휴대전화기를 장만하고 가입비와 수신료를 내야 한다. 위성 DMB에 휴대 인터넷이 연계되면 이동하면서 교통정보나 금융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휴대 단말기의 활용폭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성 DMB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휴대전화 시장도 변화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TU미디어콥은 ITU 전시장 옥상과 주변에 중계기를 설치해 녹화한 방송 프로그램을 10개 채널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단말기로 보여줬다.
국내의 통신 환경에서 위성이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위성 DMB에서 보듯 첨단 서비스에 위성이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위성 DMB는 서울 인근의 관악산 송신소 등에서 전파를 발사하는 지상파 DMB보다 할당된 주파수 대역이 훨씬 넓어 다채널 방송을 실현하는 등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최초의 위성 DMB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위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지구촌을 대상으로 한 위성 서비스를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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