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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학부모들의 ‘유쾌한 반란’

등록 2003-11-06 00:00 수정 2020-05-02 04:23

[인천지역의 학교도서관 살리기]

‘해반 10+2’. 인천을 기반으로 문화 비정부기구(NGO)로서 지역 문화의 솟대 역할을 해온 이들의 지나온 10년을 자축하는 전시회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11월6일까지). 전시장 한켠에는 ‘학교도서관 살리기 인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동향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도서관에 책과 사서를, 아이들에게 꿈을’.

사단법인 해반문화사랑회(이사장 이흥우·치과의사)가 인천에 깃발을 내건 것이 1993년, 올해로 만 10년째다. 그보다 두 해 앞선 1991년, 해반갤러리(관장 최정숙·작가)의 인천 개관을 도왔던 최 관장의 남편인 이 이사장이 해반의 이름으로 문화이웃들과 어울린 것이 해반문화사랑회 출범의 발단이 되었다. 이들이 가장 최근에 행하고 있는 문화운동이 ‘학교도서관 살리기’ 범시민운동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객들의 시선이 잠깐잠깐 머물다 가는 것으로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저들의 고군분투를 제대로 헤아리기에 역부족이다. 해반이라는 문화 NGO가 엮은 거울의 방은 과거를 통해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소박한 실천과제는 해내기에 힘들지만 맑은 미래가 보인다. 지금 학교도서관이 그들의 주제가 되는 이유다.

2000년 11월 말,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가 창립되고 이듬해 3월 인천지역에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시민단체 등 6개 단체가 연합해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해반문화사랑회도 그 일원으로 협력한다. 해반문화사랑회는 2002년 6월부터 학부모 사서도우미 교육(팀장 전기옥·주부)을 열어 낙후된 도서관 시설과 함께 사서 교사가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려 했다. 국민연대의 움직임 이후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 및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을 내놓는 등 반응을 보여주긴 했지만 각각의 경우 천문학적 예산의 확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우선 아쉬운 대로 사서 교사 대체 인력으로 학부모들이 나선다. 사서도우미 교육을 통해 학교도서관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봉합되지 않았다. 기존 학교도서관 책들의 태반이 헌책이라는 학생들의 하소연을 접하면서 시민모임은 새 책의 공급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헌책의 가치도 찾아주자는 취지하에 지역신문과 손잡고 ‘책 선물 릴레이’ 캠페인에 나선다. 앞선 자가 한권의 책을 골라 마음에 두고 있던 이에게 공개적으로 권하는 꾸러미 운동이다. 예의 TV프로 ‘칭찬합시다’에서처럼 책에 실은 마음의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여기엔 지역의 서점이 해당 추천도서의 협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험 잘 보는 내 아이’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유쾌한 반란’은 미디어의 반란으로 여겨지는 공중파 방송사의 ‘기적의 도서관’처럼 요란한 사업의 거품화를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아이에게 제대로 된 한권의 책을 읽히고 싶은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교육받은 사서 교사의 지도하에 내 아이를 맡기고 싶은 것이고, 학교의 중심에 번듯한 도서관을 앞세움으로써 헝클어진 공교육의 기반을 처음부터 제대로 다지고자 하는 것이다. 수험생들의 자습실로 변한 학교도서관, 헌책 서고가 되어버린 학교도서관, 정보화 시대의 먹통도서관, 학교 괴담의 단골 장소가 되어버린 후미진 곳의 음침한 학교도서관. 그같은 나쁜 이미지를 깨끗하게 씻어내고자 발벗고 나선 그들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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