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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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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부터 아동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기고] 미래세대 없는 기후정책은 위헌의 반복이다
등록 2026-04-02 20:18 수정 2026-04-03 13:12
2026년 3월28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토론에서 한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이 발제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유튜브 갈무리

2026년 3월28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토론에서 한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이 발제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유튜브 갈무리


국회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2050년까지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입법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기후소송에서 2031~2049년의 장기감축경로를 법률로 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법률 없이 정부가 그때그때 감축 목표를 정하면 당장의 전환 비용 때문에 미래로 감축 부담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는 참여했나, 아니면 동원됐나

 

장기감축경로가 미래세대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공론화를 설계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소속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도 나름의 고민을 한 것 같다. 시민대표단 30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0~14살 인구 비중을 15~29살 연령대에 추가로 반영했고, 시민대표단과 별도로 중학생 20명과 초등학교 5·6학년생 20명으로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런 형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권리에 관해 중요한 국제기준이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유엔 아동위)의 2023년 일반논평 제26호다. 유엔 아동위는 유엔 총회가 1989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전세계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다. 유엔 아동위의 일반논평은 조약에 대한 공식적인 해석으로 권위를 가진다. 일반논평 제26호는 협약 체결 당시에는 본격화되지 않았던 기후위기로부터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당사국이 취해야 하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장기감축경로 공론화와 입법에 관해 다음의 세 가지 지침이 중요하다.

첫째, 장기감축경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일반논평 제26호’는 아동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장기적인 기후정책을 설계할 때는 아동의 의견을 선제적으로 구하고 여기에 상당한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아동은 환경·인권 교육, 연령에 적합한 정보,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받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의견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이번 공론화에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이 별도로 구성됐지만 이들의 연령에 적합한 교육과 충분한 시간은 제공되지 않았다. 과거 공론화보다 훨씬 촉박하게 진행되는 일정 탓에 일반 시민에 대한 교육 자료조차 급하게 제작됐다. 또한 미래세대의 의견은 별도로 취합돼 국회에 제출되지 않는다고 하며, 단지 숙의 과정에서 일반 시민대표단에 몇 마디의 인터뷰로 전달되고 있다.

‘일반논평 제26호’에 따라 평가한다면, 지금 방식은 ‘토크니즘’(장식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론화위는 미래세대의 의견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별개의 미래세대 권고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는 장기감축경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당사자인 미래세대의 의견이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 피드백을 해야 한다.

 

2026년 3월28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 대응 공론화위원회 토론에 참여한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 대표단의 모습. 한국방송(KBS) 유튜브 갈무리

2026년 3월28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 대응 공론화위원회 토론에 참여한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 대표단의 모습. 한국방송(KBS) 유튜브 갈무리


미래에 미칠 피해,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둘째, 장기감축경로가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일반논평 제26호는 기후정책을 결정할 때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국가는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도 아동의 생애 전반에 걸쳐 초래할 완전한 피해를 고려하면 비합리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동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서는 평가를 더욱 상세하게 수행해야 한다.

장기감축경로는 미래세대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이번 공론화에는 감축 목표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회는 감축 목표가 어느 정도의 온난화를 초래할지, 이로 인해 국민과 미래세대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단 한 번도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외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가 전 지구적 감축 노력의 공정 배분 측면에서 온난화를 3도에 이르게 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의 연구는 온난화가 3도에 이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2배의 산불과 태풍, 3배의 홍수, 4배의 가뭄, 36배의 폭염에 시달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헌재는 장기감축경로는 누적 배출량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며 “누적 배출량에 대하여 고려할 수 있는 준거가 되는 우리나라의 탄소예산(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 산출 절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회는 우리나라의 탄소예산을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산출하고, 장기감축경로의 누적 배출량이 이런 탄소예산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장기감축경로는 조기에 더욱 많은 양을 감축하는 형태여야 한다. 일반논평 제26호는 기후위기를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서면 아동에게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국가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당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엔 아동위는 각국의 감축 목표가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대한 공정 배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권고한다. 구체적으로 배출량이 많고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가 감축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지금 미루는 감축, 아이들에게 떠넘긴다

 

일반논평 제26호가 제시한 감축 목표의 기준은 우리나라 헌재를 포함한 각국의 최고법원과 국제법 재판소가 기후소송에서 내린 판결과 공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탄소예산 개념을 고려해 초기부터 최대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함으로써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2025년 말 설정한 2035년 감축 목표(규제와 연동된 하한)는 헌재 결정의 이전과 마찬가지로 선형감축경로에 따라 설정됐다. 우리나라의 탄소예산 선행 연구를 메타분석한 최근 연구는 선형감축경로에 따른 2035년 감축 목표의 1.5도 부합도가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혹자는 경제적 부담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1.5도 대응 시나리오의 장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도 대응, 지연 대응, 무대응 시나리오에 견줘 가장 높다. 초기에는 전환 비용을 수반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술 발전과 피해 비용 감소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연구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조기에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전략”이라고 결론 내린다. 단기적인 전환 비용에 치우쳐 감축 목표를 낮추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뜨거운 지구와 함께 가벼운 지갑을 물려주는 일이다.

공론화에 참여한 미래세대 대표단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꿈을 꿀 수 없는 지구가 되어, 미래세대가 불안 속에 살 것 같다.” 이는 ‘일반논평 26호’의 핵심을 꿰뚫는다. 유엔 아동위는 기후재난에 따른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 등 심리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우려하며, 기후위기가 아동에 대한 구조적 폭력의 한 형태라고 지적한다.

미래세대는 같은 질문에 또 이렇게 답했다. “미래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 오히려 온실가스가 늘어날 것 같다.” 이것이 헌재가 장기감축경로를 법률로 정하라고 결정한 이유다. 헌재는 국가가 감축 목표를 정할 때는 “미래의 환경적 조건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따라야 하는 기준은 충분하고 명확하다. 국회와 시민의 결단만 남았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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