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생 김세희는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제일 워커홀릭이다. ‘tvN 피디(PD)’를 시작으로, 독서모임 트레바리를 거쳐, 현재는 ‘여성들의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 헤이조이스에서 그로스&콘텐츠 플래너로 일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초기 멤버로 스카우트하는 세희는 유능하다. 일이 인생에서 전부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일하는 게 나의 꿈이자 아이덴티티인 걸 남편이 받아들인 것처럼, 나도 그의 꿈인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가정 꾸리기’에 동참하고 싶었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특히나 본인의 온전한 의지이기보단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이었던 세희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제일 고민되는 지점은 이거였어. 내가 아이를 낳겠다고 해놓고, 아이를 낳은 내가 싫을 때. 이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임신과 출산은 전력질주하는 여성을 강제로 멈추게 했다. 일을 잘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많이 본 것 같아. 그곳엔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거든. 내가 아이를 낳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엄마도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
쭘이지 부부 채널도 큰 도움이 됐다. 자연유산의 아픔, 입덧의 괴로움, 임신 뒤 배가 나오는 과정까지…. 처음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위안을 받았다. 흔들렸던 세희도 불안이 조금 잠재워지자, 자신의 선택을 더 재밌게 해나가고 싶어졌다.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사람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주는 곳이 의외로 많지 않아.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냐? 행복하지!’와 ‘힘들어. 아이 절대 낳지 마!’ 사이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절실했어. 육아만 해도 그래. 힘들어서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대. 그런데 그 생각을 바꿔준 게 ‘다노 언니’(다이어트 브랜드 ‘다노’ 최고경영자 이지수)였어.”
<다노TV>의 ‘재택근무+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 좌충우돌 자기관리 루틴 만들기’(사진) 영상엔 육아를 어떻게 분담할지 ‘근로 가이드라인’을 짜는 창업가 부부가 나온다. 그 계획의 전제는 ‘육아는 즐겁고 보람되고 성취감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합의에서 시작한다.
“그때 깨달았어. 내가 이 전제가 없어서 이렇게 힘들었구나. 재미없는 일에 도전하려니 하기 싫을 수밖에. 그래서 나도 생각을 바꿨어. ‘육아도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로. 그러기 위해선 하루 최소 6시간의 수면권(휴식권)이 각 육아 근로자에게 보장돼야 한대. 인터뷰 끝나면 어서 집 가서 남편이랑 교대하려고. 하하.”
부모가 되니 달라진 생각이 있냐고 묻자 세희는 말했다.
“나도 처음 한 생각인데… 아이를 보고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잖아. ‘우리 ○○○는 20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될까?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근데 부모도 같은 세월이 흐르잖아. 왜 나는 나한테 그렇게까지 기대를 안 했을까. 어른들도 20년이 흐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어린이에게 할 법한 맑고 밝은 기대를 나에게도 해주고 싶어졌어. (아들) 영우의 성장만큼 세희의 성장도 기대한다고.”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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