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가을답지 않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이었다. 더구나 제주시 조천읍 산턱에 있는 ‘교래자연휴양림’은 숲으로 둘러싸여 한여름에도 서늘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더운물도 콸콸하필 우리가 가을 캠핑을 떠난 10월12일은 오후까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어두워지자 칼바람이 불었다. 내복에 패딩조끼까지 겹겹이 껴입고 밖에서 고기를 굽던 XYZ 기자는 텐트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버너에 물을 끓이며 몸을 녹였다. 오늘밤 무사히 잠을 이룰 수 있을까? 잔디 위에 얹힌 얇은 텐트와 그 위에 자리잡은 침낭만이 추위에서 나를 지켜줄 유일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한라산 소주에 맥주를 섞어가며 알코올로 몸을 덥힌 XYZ는 술 마시다 텐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젖은 잔디밭에 뒹굴고 점프질을 하며 술주정을 했다. 진부한 ‘아재놀이’인 진실게임을 마지막으로 술자리를 파하고 나란히 침낭 속으로 들어간 순간. 어라? 생각보다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게 술기운 때문인지 텐트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정도라면 한겨울 캠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떠진 아침 7시까지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텐트 밖을 나가자 맑게 갠 하늘 아래 교래자연휴양림은 말 그대로 눈이 부셨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을 산등성이가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교래 야영장의 모습은 제주 캠퍼들이 꼽는 캠핑 성지 1위다웠다. 캠핑 가격도 저렴하다. 잔디밭 위에 텐트를 치면 1박에 2천원만 내면 된다. 원두막 형식으로 생긴 야영데크는 면적에 따라 6천원에서 8천원까지 한다. 여기에 휴양림 입장료를 한 사람당 1천원씩 받는다. 더운 물이 나오는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넓고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다.
현재 제주의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캠핑장은 40여 곳이다. 제주를 찾는 캠핑족이 늘면서 캠핑장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우리에게 캠핑 장비 일체를 빌려준 X기자의 고향 친구 심비홍은 전형적인 제주 캠퍼다. 그가 꼽은 제주 캠핑의 성지는 1위가 교래자연휴양림, 2위 금능해수욕장, 3위 우도·비양도다.
교래가 제주의 숲을 만끽할 수 있는 캠핑장이라면 금능과 우도·비양도는 제주의 바닷바람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금능해수욕장에 자리잡은 야영장은 야자수 나무가 줄지어 있어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야자수 나무 사이사이에 있는 잔디 혹은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바닷가의 낙조를 바라보는 게 일품이다. 우도 안의 비양도는 바닷가 앞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야생의 초원이 있다. 이곳에 텐트를 치면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우도엔 차를 싣고 들어가는 배편이 수시로 있다.
1박 5만원에 1인용 장비 대여제주 캠핑족이 늘어나는 만큼 캠핑 장비를 빌려주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배편에 차와 캠핑 장비를 싣고 제주도로 오는 게 귀찮다면 제주공항 인근에 있는 캠핑 장비 대여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비용은 1인용 패키지 세트가 1박에 5만원 정도다. 세트 구성은 텐트, 침낭, 의자, 테이블, 코펠, 버너, 랜턴 등이다. 2인부터 텐트 규모와 의자 수 등이 늘어 비용이 추가된다. 2인용 7만원, 4인용 10만~12만원 선이다. 2박 이상 대여시 할인가가 적용된다.
Y기자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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