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제공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살길 바라.” 요즘 tvN 월·화 드라마 때문에 울고 웃는 여성이 많다. 동시대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대변하는 공감의 서사가 무엇보다 큰 호평 지점이다. 특히 주인공 오해영(서현진)이 자신의 오랜 열등감을 고백한 뒤, 그럼에도 애틋한 자기애를 드러내던 순간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사실 앞의 대사는 여성드라마 역사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성의 고민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를 대표하는 문장도 그와 같았다. 미국 드라마 의 “너를 사랑해. 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라는 대사부터 MBC 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나 김삼순을 더 사랑하는 것”이라는 대사까지, 저 꿋꿋한 자기 긍정의 구호는 여성 성장 드라마들의 핵심 테마였다.
이 반가운 것은 바로 이 여성드라마 전성시대의 성취를 다시 발견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 이 사회의 성차별적 시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그 상처에 주눅 들지 않으려 애쓰는 자기 극복의 서사가 있다. 가령 오해영의 열등감은 동명이인의 ‘잘나가는’ 동창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예쁘고 상냥한 오해영(전혜빈)을 ‘이쁜 오해영’, 그에 비해 평범한 그녀를 ‘그냥 오해영’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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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계적 구분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잘 보면 ‘그냥 오해영’도 미인이다. 문제는 ‘이쁜 오해영’의 상냥함이 그녀에게는 없다는 데 있다. ‘예쁘다’는 평가에는 이른바 ‘여성다움의 규범’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여성들이 성역할 고정관념에 맞춰 살도록 재단하는 사회와 그로 인한 상처는 여성드라마에서 뿌리가 깊다. 김삼순(김선아)도 한때는 애인의 전 여자친구이자 ‘여성스러운’ 희진(려원)처럼 개명하기를 원했고, tvN 의 영애(김현숙)도 참한 미인의 대명사인 이영애와 늘 비교당한다.
여성드라마에서 ‘자기 긍정’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겠다는 선언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여성 성장 서사의 전성기가 지난 뒤, 한동안 드라마에서는 사회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상처로 가득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을’의 설움으로 가득하거나 ‘취집’(취업 대신 결혼 선택)이 목적인 ‘생계형 캔디’들의 득세는 더욱 악화된 여성의 사회적 조건을 암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수동적 이야기라는 한계를 보였다.
은 오랜만에 만나는 생동하는 여성 이야기다. 해영은 매일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사회 안에서 기를 쓰고 행복해지려는 여자다. 여성드라마 전성시대의 또 다른 드라마 MBC 이 “우리의 서른에 파이팅!” 하고 보낸 응원이 여기에도 있다. 해영은 계속해서 외친다. “오해영, 파이팅!”이라고. 간절한 자기 응원인 동시에 같은 상처를 지닌 모든 여성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김선영 TV평론가※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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