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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네가 비켜!

‘초인등록법’에 맞서 개인의 자유 지키는 진짜 영웅 이야기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등록 2016-05-13 17:04 수정 2020-05-03 04:28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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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극우보수는 국가와 애국의 이름으로 자유를 억압했다. 군사정부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도 국가와 애국을 앞세워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자유를 윽박질렀다.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으로 낙인찍어 사상 검증을 하자고 달려든다. 국가는 늘 국민 위에 군림하며 짓눌렀다. 국가와 애국이 과연 국민의 자유와 인권보다 더 중요한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다.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유엔의 이름으로 히어로들을 관리하는 ‘초인등록법’을 추진하자, 찬성하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팀과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팀이 팽팽한 대립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자유분방한 아이언맨이 정부 편에 서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반대편에 섰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원작 코믹북 가 출간된 2006년은 미국에서 신상정보 유출 사건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보훈부 직원이 참전용사 2650만 명의 정보가 담긴 노트북을 도난당한 사건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에서 수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의회를 통과한 ‘애국법’은 사생활 침해와 권력 남용으로 논란을 촉발했다.

개인의 자유가 위기에 처한 미국을 정치적으로 비판한 코믹북이 다. 코믹북 작가 마크 밀러가 토머스 제퍼슨 이후 최고의 애국자로 불리는 캡틴 아메리카(이름 자체가 애국적인 히어로인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싸운 전쟁영웅이다)를 반대편에 세운 이유는, 애국 이데올로기로 개인의 자유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제가 믿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근본적인 자유입니다”라고 외친다.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국가다.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최우선 신념으로 여기는 히어로다. 그런 그가 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초인등록법에 서명할 수 있겠는가. 코믹북 에서 울버린이 말하듯, “미국의 건국 이념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어느새 건국 이념을 망각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이를 다시 일깨우는 히어로다.

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정치적 맥락이 숨 쉬고 있다. 루소 형제 감독은 극의 재미를 위해 윈터솔저(서배스천 스탠)가 연루된 미스터리한 음모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원작의 핵심 메시지를 살려냈다.

초인등록법의 핵심은 ‘국가의 통제’다. 통제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서명하지 않으면 곧바로 범법자가 되고, 감옥에 갇힌다.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안도 수용하지 않는다.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다음과 같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곽명동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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