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든 공짜 과자를 보내주면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 미국 TBS 토크쇼 진행자 코넌 오브라이언(사진 가운데)은 소신을 지켰다. 한국 학생이 유튜브로 그의 쇼를 보고 팬이 되었다. 수능 답안지에 빼곡히 편지를 쓰고, 한국산 과자를 잔뜩 담아 보냈다.
오브라이언은 정성에 화답해 지난 2월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2천여 명의 환영 인파가 공항을 찾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계되며 작은 축제를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이 최근 특집 방송으로 나왔다. 한국 팬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특집 코너를 만들어 한글 자막까지 덧붙여주었다.
잭 블랙이 (MBC), 클로이 모레츠가 <snl>(tvN)에 얼굴을 내밀고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오브라이언의 방문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 정부가 비싼 세금으로 홍보하는 비빔밥, 사물놀이가 아니라 예민한 미국 미디어가 궁금해하는 한국은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 에서 한강대교로 나오는 초라한 돌다리. 영화 에서 산낙지를 통째로 씹어먹는 오대수. 그리고 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 한국 편도 생각났다. 도전자들은 태권도를 배워 격파를 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얼음물에 들어가고, 산낙지를 양념도 없이 먹어야 했다.
오브라이언 팀은 신중하게 방문 코스를 정했고, 미국 드라마 로 잘 알려진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도 동행시켰다. 서울 노량진에서 만난 개불은 미국인들에게 제법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어물전 주인은 친절하게도 그걸 조몰락거려 입으로 물을 뿜게 했다. PC방의 먹거리인 ‘엠앤드엠스 초콜릿처럼 포장된’ 달걀간장조림, 번데기 통조림도 제 역할을 했다. 스티븐 연이 제대로 설명을 못한 한식 상차림보다는 한국인의 식생활을 잘 알려주었다.
판문점을 찾아가 분단 한국의 모습을 긴장감 없이 보여준 모습에선 묘한 풍자가 느껴졌다. 오브라이언은 ‘안내하는 군인이 재닛 잭슨의 백댄서 같다’ ‘왜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냐’며 놀려댔다. 북한 병사는 교대 주기가 12시간이었는데, 나는 그때 오브라이언에게 PC방을 소개한 친구가 14시간 연속 게임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북의 형제는 버티기에 특별한 재능을 공유하고 있나보다. PC방에서는 뜻하지 않게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인터넷게임에 접속하려고 휴대전화 인증까지 하고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리자 오브라이언이 빈정거렸다. “은행 업무 보냐?” “난 (비행기) 복도 쪽 자리로 줘.”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까지 체험하면 까무러치겠다.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사무엘의 탈조선 드림이었다. 오브라이언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낙지를 반려동물 삼아 미국에 데려가려고 했다. ‘사무엘’이라 이름 붙이고 출국 절차를 받으려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법적 문제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맡기게 되었다. 그는 1달러짜리 낙지를 돌보는 데 수천달러가 들게 되었다며, 자기가 “또다시 한 나라를 망쳤다”고 했다. 한국은 걱정 마시라. 그런 걸로 망했으면 진작 망했다. 방산 비리 한 건이 5890억원 규모다.
오브라이언과의 만남이 한 번으로 끝나는 건 아쉽다. ‘냉소를 가장 싫어한다’는 그가 까칠하지만 배려 깊은 코미디가 무엇인지 계속 보여주면 좋을 텐데. 아 참, JYP가 제2의 싸이를 꿈꾸며 만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던데, 개인적인 기념품 정도로 여겼으면 한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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