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꽃다지는 이나 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노래들이 공식적으로 음반에 기록된 지 햇수로만 20년이 훌쩍 지났다. 꽃다지는 여전히 창작하고 노래하는 현재진행형의 팀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과 과 만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꽃다지는 (2000)와 (2011) 같은 새롭고 의미 있는 앨범들을 선보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성일은 꽃다지의 그 새롭고 의미 있는 앨범들에서 함께 노래하고 노래를 만든 싱어송라이터다. 록의 어법으로 노래한 나 정갈한 팝의 기운까지 담고 있던 안에서 그 역시 꽃다지만큼의 변화를 보여줘왔다. 처음 함께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역할에 머물던 그는 에서 꽃다지의 음악감독 정윤경과 함께 음악적 방향을 주도했다. 그가 만든 는 꽃다지의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훌륭한 곡이었다. 와 사이의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믿음직한 창작자가 되어 있었다.
14년 동안 꽃다지에서 노래해온 조성일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 (2013)를 발표했다. 꽃다지 시절 함께했던 정윤경이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앨범이 꼭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거친 구석이 있었고, 첫 앨범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너무 많은 걸 담고 보여주려 했다. 대신에 그가 이른바 민중가요를 얘기할 때 흔하게 연상하는 행진곡풍의 노래라거나 비장한 언어와는 다른 결을 가진 음악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년 만에 새로운 앨범 가 나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숱하게 ‘우리에게 돌아가라던 일상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음악 작업”이라고 한다. 지금 그가 일상을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은 몇 해 전 이주한 제주다. 그런 제주에서의 일상이 아닌 일상이 새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주 용눈이오름에 올라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나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파괴되는 바다 생태계와 강정마을의 아픔을 보며 만든 같은 노래들이 그렇다.
그 일상 아닌 일상을 노래하기 위해 고명원이 합류했다. 고명원은 지금 민중가요 진영에서 가장 록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다. 조성일과 고명원은 다섯 곡의 노래가 담긴 앨범을 모던록의 범주 안에서 작업했다. 기타 딜레이 사운드가 들려오는 음악은 그리 새롭지 않고 유행과도 거리가 멀다. 최신 조류에 밝은 이들에게 이런 음악은 낡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음악이란 것이 스타일만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꽃다지에서 ‘노래의 꿈’을 노래하던 그에겐 여전한 ‘노래의 힘’이 있다. 그가 노래하는 일상 아닌 일상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게, 그리고 아프게 우리의 삶에 와 박힌다. “한 치 앞도 모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불안을 끊임없이 만들고 강요하는 세상에 머리 들지 못하는 사람들, 꿈을 꾼다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성일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실려 노래가 된다.
앨범의 마지막 곡 를 반복해 듣는다.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만든 이의 마음이 그대로 듣는 이의 마음으로 전해져 함께 가슴을 뛰게 만든다. 긴장되고 급박한 분위기에서 그가 “응답해줘!”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내 마음도 함께 뛴다. 요즘 유행하는 ‘응답하라’라는 명령형이 아니라 ‘응답해줘’라는 청유형의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김학선 음악평론가※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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