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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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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의 달리기, 리모델링보다는 낫네

두뇌게임과 레이스 이중주 시도하는 야외 예능 <타임아웃>… 빈구석 채울 수 있을까
등록 2016-01-20 23:18 수정 2020-05-03 04:28

까불거리는 원숭이의 해, 남자 예능은 더욱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특히 나영석 PD가 로 소환했던 원조 팀의 각개약진과 다양한 조합이 눈에 띈다. 이미 에서는 강호동과 이수근, 에서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짝을 이루었다. 새해 펼쳐질 예능에서는 강호동이 , 은지원이 , 이수근은 에 출사표를 던졌다. 과연 강호동은 종합편성채널 진출, 은지원은 “딴 데 가면 주눅 들고 진짜 못해” 울렁증, 이수근은 그야말로 개과천선의 미션을 성공시킬까?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이수근과 은지원이 함께한 XTM의 이 시선을 잡는다.

<타임아웃> 갈무리

<타임아웃> 갈무리

은 출연자 6명이 제한된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고 우승자를 뽑는 본격 게임 프로그램이다. XTM 본연의 자동차와 탈것들이 길거리 레이스를 마련하고, 스타일의 두뇌게임이 사이사이를 채운다. 이나 에서도 유사한 포맷을 꾸준히 시도해오긴 했다. 하지만 웃음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은 그저 형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게임의 승패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의 능글능글한 승부사 이상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탈것들의 전쟁은 제법 흥미롭다. 첫 회에서는 한강 주변에서 스포츠카, 트럭, 스쿠터, 자전거를 선택한 뒤 레이스를 벌인다. 각자의 생명 계기판인 시계를 몸에 달고 엎치락뒤치락 미션을 수행한다. 컴퓨터 레이싱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그 자체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게임 의 실사판인가 싶지만, 현실은 꽤나 다르다. 이수근이 선택한 스포츠카는 빠르다. 하지만 선유도 주차장에서 미션 장소인 유람선까지 40분이나 걸어가야 한다. 이상민의 스쿠터는 순발력이 좋다.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면 경쟁자가 몰래 끌고 가 숨겨놓는다. 미션 장소로 유람선을 사용한 것도 효과적이다. 정기적으로 선착장을 떠났다 돌아오는 게 흥미로운 게임의 장치가 된다. 하지만 2회에서는 전동스케이트 등 대부분의 탈것들이 무거운 짐에 불과하다. 비싼 레이싱 장난감의 실용성을 폭로하려는 의도였다면 성공이다.

무작정 달리기는 아니다. 와 를 오가는 다양한 미션과 능력 카드가 게임을 복잡하게 한다. 이런 면에서는 이상민이 발군이다. 특히 계약서를 찾아 모든 참가자의 지장을 찍어야 하는 미션에서다. 이상민은 게임을 파악 못하는 이들을 어르고 달래 지장을 받아낸다. 남은 칸은 2개인데, 하나는 눈치 빠르게 ‘절대 엄지’ 카드를 확보해두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문제의 은지원이다. ‘바보 어벤저스’의 일원이지만, 에서는 눈치와 반칙에 특화된 게임 두뇌의 일인자였다. 두 사람의 변칙과 반칙이 예측 불가의 상황을 만든다.

이렇게 핵심을 추려내면 꿀재미가 흘렀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저기 빈구석이 많았다. 일단 이상민, 은지원, 이수근을 제외한 삼인방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 송원석의 ‘뇌순’ 캐릭터도 나머지 90%가 짜릿한 대결 구도를 만들 때 의미가 있다. 1회 때는 이수근, 2회 때는 은지원이 초반에 낙오 수준으로 떨어지니 더욱 빈자리가 커 보였다. 겨울철 야외 게임이라 시각적으로 활력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모든 게임은 적응 단계가 필요하다. 세계관, 캐릭터, 지도, 무기, 규칙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순간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이 이런 시행착오를 빠르게 통과해서 새로운 야외 게임의 모델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쨌거나 수컷들은 밖에 나가 노는 게 좋다. 적어도 같은 XTM의 처럼 부인 몰래 거실에 격투기 링을 설치하거나, 자동차 영화관을 만들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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