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급행 티켓을 찾는다고? 이건 어떤가? 지금 기지개를 켜는 프로야구 마운드에 시구자로 올라가는 거야. 클라라의 레깅스 시구와 신수지의 백일루션 시구 정도면 초고속 헬기를 탈 수 있지. 이빨 깨물고 링에 올라가 피를 흘려보는 것도 좋아. 복싱퀸 이시영, 항일 격투가 윤형빈 같은 타이틀을 얻어보는 거야. 아이돌 체육대회에 나가서 깜짝 체육돌이 되는 방법도 있지. 그래, 이 정도면 눈치챘겠지? 열쇠는 스포츠야.
요즘 예능의 핫 아이콘은 단연 이 남자. 코트 위의 공룡에서 예능의 톱 센터로 변신하고 있는 서장훈이다. “나는 그냥 유명인일 뿐입니다.” 예능은 자기 있을 자리가 아니라면서, 공격자 3초 바이얼레이션도 아랑곳 않고 덥석덥석 프로그램들을 낚아채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전설 안정환도 만만찮다. 테리우스의 매끈한 얼굴엔 살집이 붙었지만, 에 이어 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 운동화끈 매는 것도 싫다.” 투덜투덜하면서도 할 것 다 하는 투더리우스로 사랑받고 있다.
스포츠 스타 출신 예능인들은 분명한 계보가 있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90년 봄, 당시 씨름판의 절대 황제였던 이만기 선수가 새파란 후배에게 메다꽂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때 천하장사에 오른 주인공이 바로 강호동이다. 이 둘은 은퇴 뒤 예능에서도 만만찮은 솜씨를 뽐내오고 있다. 특히 강호동은 유재석에 대적하는 최고 MC의 권좌에 오르기도 했다. 쇼트트랙 김동성, 레슬링 심권호, 격투기 추성훈은 선수 시절부터 드라마를 만들며 국민적 스타가 되었고, 그 인기를 통해 예능인으로 성공적으로 전향했다. 최근에는 차유람, 신수지, 이규혁 등이 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스포츠 선수 출신 연예인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 가장 성공한 케이스인 강호동에게서 찾아보자. 그가 예능 대세로 떠오르던 때는 연예계가 신비주의에서 리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짜인 세트와 각본은 점점 사라지고, 야생에서 즉흥적으로 온갖 볼거리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는 특유의 저돌적인 말과 행동으로 이런 분위기를 이끌었고, 운동부 주장 같은 카리스마로 다른 연예인들의 허물을 벗기는 데도 일조했다. 거기에 결정적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얼마 전 의 스타 김정남이 에 나와 연예계 재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예능은 체력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실내외에서 몸을 부딪혀야 하는 리얼 예능은 거의 스포츠 경기를 하는 듯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요즘에는 또 하나 중요한 요소, 친분이다. 경쟁 압력이 스포츠판에 못지않을 연예계의 한자리에 끼려면 개인적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그램 안에서의 화학작용을 위해서도 사생활의 교분이 중요하다. 서장훈이 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들의 일상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두 직업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재능에 혹독한 수련을 더해 젊은 나이에 최고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구름 위의 패밀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스포츠와 연예업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인맥’ 4명 문화계 기관장에…문체부 1차관 자리도 차지
[단독] ‘김건희 황제 관람’ 논란 정용석·‘갑질’ 의혹 김성헌 의아한 임명
김건희 라인 [한겨레 그림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기만료 전역...임성근 무보직 전역 수순
수도권 ‘첫눈’ 옵니다…수요일 전국 최대 15㎝ 쌓일 듯
‘세계 최강’ 미국 조선업·해군이 무너지고 있다…한국엔 기회
한숨 돌린 이재명, 대장동·법카·대북송금 3개 재판 더 남았다
새가 먹는 몰캉한 ‘젤리 열매’…전쟁도 멈추게 한 이 식물
‘피크민’ 하려고 하루 15000보…‘도파민 사회’ 무경쟁 게임 인기
[영상] ‘8동훈’ 제기한 친윤, 한동훈과 공개 충돌…게시판 글 내홍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