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JTBC)가 끝났다. 50부작 대하 ‘서민’ 드라마였다. 에서 창만(사진)은 다세대주택 주인집과 이웃, 그가 좋아하는 유나(김옥빈)와 함께 소매치기를 하는 소매치기 선후배는 물론 유나의 룸메이트 미선의 못된 남자친구 민규까지 챙긴다. 그의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은 역대 드라마 최고다. 본인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희준(35)은 그런 창만 역할을 하는 게 어땠을까.
김운경 작가 ‘창만은 희망이다’
8개월간의 긴 드라마 촬영을 마친 이희준을 지난 11월13일 만났다. 이희준은 “연기를 할 때면 진심으로 그 인물을 내 심장에 넣는 느낌으로 저 사람은 왜 그랬을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고민한다. 창만을 연기하면서는 김운경 작가님께 묻기도 많이 물었다.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해심이 깊다 깊다 해도 이런 사람은 없어요.’ 김운경 작가님의 대답은 ‘창만은 희망이다’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창만의 너그러움이 이희준에겐 버겁기도 했다. 창만은 유나에게 엄마를 찾아주겠다며 동분서주한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엄마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움으로 똘똘 뭉친 유나는 그에게 “내 인생에서 꺼지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그 말을 하면서 유나가 나를 미는데 정말 아팠다. 만약 이희준이라면 그 상황에서 ‘됐어, 그래. 꺼질게’ 하고 돌아섰을 거다. 창만은 그 상황에서도 오히려 유나를 이해한다. 그런 창만을 통해서 인간 이희준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희준의 ‘창만’도 있다. 다세대주택에서 각종 민원을 모두 해결하고 방으로 들어온 창만의 어깨는 축 처져 있고 한숨도 곧잘 내쉰다. “아무리 창만이라도 아마 조금은 힘들었을 테니까. 혼자 있는 방에서는 편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이희준은 창만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막노동을 포함한 아르바이트만 20여 가지를 해봤다. 대구에서 공대를 다니다 연기가 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와 스스로 벌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녀야 했던 청춘이다. 연극 무대에서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후배들에게도 ‘연극’을 보여주고 싶어 연극 보자는 단체문자도 여러 번 날렸단다. 11월14일엔 대학로에서 식구들 모두에게 맥주를 샀다. “장노인으로 나오신 정종준 선생님이 드라마 촬영 중에도 종종 우리를 대학로에 불러 맥주를 사주셨다. 나 역시 그에 대한 답례를 하고 싶다.” 대책 없이 사람을 믿는 것도 비슷하다. 단역·조역 생활 12년 동안 살던 반지하살이를 청산하고 올해 초 8천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었다. 그런데 그 전세계약에서 부동산 주인 말만 믿다가 사기를 당해 보증금을 몽땅 날렸다. “부동산 주인이 5억원짜리 집에 1억원 대출이 있다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알고 보니 채권최고액 3억8천만원 모두 근저당 설정이 돼 있었다.”
“형, 나는 연극은 죽을 때까지 할 거야”이희준은 관찰하는 배우다. 영화 를 찍을 땐 전남 여수 사투리는 물론, 선원의 삶을 직접 보기 위해 틈만 나면 여수에 내려가 선원과 밥 먹고 술 먹고 이야기했다. “그물질을 하며 배 타는 그들의 손은 대체로 성하지 못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돈을 모으지 않는다고 말하며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봤는데 마음이 먹먹했다.” 촬영 현장에서 드로잉을 즐기는 것도 “관찰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이희준은 평생 연극은 놓지 않으며 살 거라고 했다. 이병헌·한가인 등 스타 배우들이 속해 있는 현 소속사에 들어갈 때 소속사 대표에게 말했단다. “형, 나는 연극은 죽을 때까지 할 거야. 대신 연극은 생각보다 출연료가 정말 적어. 그건 내가 다 가질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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