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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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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저널리즘의 시대

<버즈피드> <업워디> 등 저널리즘 혁신 이끄는 뉴스 서비스들
SNS와 스마트폰이 낳은 뉴스 소비 습관 변화 배경
등록 2014-02-28 16:59 수정 2020-05-03 04:27

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앞세운 의 창간은 저널리즘 역사에서 뜻깊은 순간이었다. 뉴스 창작 주체에 대한 정의를 전통 기자에서 시민 또는 블로거로 확대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는 다수 시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이후 블로그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창작하고, 공유하고, 서로 연결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앤드루 킨은 자신의 책 에서 이러한 개인 창작가의 성장을 비판하며, 세상의 복잡한 관계를 해석하고 수많은 정보 중에서 주요 정보를 솎아내는 전문가의 권위가 인터넷을 통해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다수 이용자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동영상을 제작하고, 그리고 서로를 모방하고 연결하는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순 없다. 다수 대중이 뉴스 제작 등 창작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가로막아온 윤전기, 인쇄소, 사진 및 필름 현상소 등이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인해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성공 배경, 페이스북과 스마트폰

2012년 미국을 중심으로 소수의 블로거, 기자 등이 모여 독립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저널리즘 스타트업’ 확산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공은 가 기록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공동창업자인 조나 페레티가 2006년 인터넷에서 바이럴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시작한 개인 프로젝트의 이름이었다. 2012년 보수 성향의 정치 뉴스서비스인 의 벤 스미스가 편집장으로 부임하면서 는 본격적인 저널리즘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고,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는 방문자 수 기준으로 보면 현재 세계 1위 뉴스서비스다. 의 성장을 전후해 북미와 유럽에서는 소수의 기자 및 블로거가 모여 개성 있는 뉴스를 제공하는 저널리즘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들 중 4개의 뉴스서비스를 소개하면서 혁신 저널리즘 흐름이 저널리즘 일반에 던지는 의미를 따져본다.

가 성공한 배경을 꼽으라면 단연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이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30%가 페이스북 친구 추천‘만’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절대다수는 모바일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다시 말해 뉴스를 찾는 소비자의 도구가, 종이에서 PC로,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뉴스를 찾는 소비자의 경로가, 배달과 가판대에서 포털 및 검색을 거쳐 이제 소셜 공유로 이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뉴스를 소비하는 시간과 장소도 변화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손에 잡는 스마트폰을 통해, 출퇴근길을 동행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가 이용자를 찾아간다. 그렇다면 뉴스의 제목, 형식 등 이른바 스토리텔링도 함께 변화해야 할까?

방문자 수 측정 방식에 대항하는

는 이른바 ‘리스티클’(Listicle·목록(List)과 기사(Article)의 합성어)을 유행시키고 있다. 뉴스 제목과 형식은 ‘대학을 졸업하기 두려운 7가지 이유’ ‘스마트폰 중독을 확인할 수 있는 12가지 방법’ 등이다. 이러한 리스티클 형식은, 하나의 뉴스를 이미지 또는 사진을 통해 여러 뉴스 단위로 쪼개놓는다. 스마트폰에서 뉴스 소비 방식은 마우스 스크롤이 아닌 위아래 또는 좌우 손 터치(touch) 스크롤이다. 빠른 속도로 화면이 변화할 때, 이용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이미지다. 중간중간에 위치한 이미지가 뉴스를 소비하는 호흡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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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색 또는 포털에서 다수의 뉴스 생산자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뉴스 제목 장사’다. ‘충격’ ‘경악’ ‘헉!’ ‘누구?’ ‘끝장 몸매’ ‘파격 뒤태’ 등 이용자의 마우스 클릭을 유도하는 말장난이 PC 시대 한국 저널리즘의 자화상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제목을 가진 뉴스를 페이스북에서 카카오톡에서 공유하는 이용자가 얼마나 될까? 공유하는 이용자를 드높일 뉴스 제목과 형식이 필요하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표적 버락 오바마 지지자 중 한 명인 일라이 패리저는 라는 뉴스서비스를 시작했다. 는 이미 존재하는 동영상에 새로운 제목과 티저, 발문을 추가해 해당 동영상의 확산을 지원한다. 가 멋진 발문으로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다보면 미국 보건의료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자본과 대기업의 탐욕에 자연스레 공분한다. 2013년 11월 순방문자 수 8700만 명을 기록한 는, 이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정책 변화로 순방문자가 반토막 났지만 여전히 강력한 뉴스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는 방문자 수(Page View)라는 PC 시대의 뉴스 영향력 측정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방문자 수가 뉴스의 성공을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 생각이다. 이 의 뉴스 영향력 측정방법론을 개혁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방문자 중심의 측정방법론의 결과는 어떨까? 가장 눈에 띄는 참담한 모습은 뉴스 제목 장사다. 또한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사진을 에서 남매가 뿌려놓은 빵 부스러기처럼 늘어놓은 (연예)뉴스가 확산됐다. 또는 긴 뉴스를 잘게 쪼개서 제공하거나, 실시간 검색어 장사를 위해 동일 뉴스 내용을 제목만 바꿔 생산한다. 방문자 수 또는 클릭 수가 저널리즘 비즈니스의 목표가 될 때 결코 질이 양을 이길 수 없다.

이에 비해 와 은 ‘관심 시간’(Attention Minutes)을 방문자 수라는 잣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관심 시간은 전통적인 체류 시간 측정보다 진일보한 요소를 담고 있다. 개별 이용자가 가 소개하는 동영상을 본 시간은 얼마인지, 하루 중 언제 뉴스를 보았는지, 브라우저의 새 탭을 열어 뉴스를 담아놓고 실제 보았는지 등을, 관심 시간은 측정한다. 도 ‘총 소비 시간’(Total Time Reading)이라는 유사한 측정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에서는 스크롤 속도를 측정해 개별 글 중 어떤 부분을 이용자가 읽고 있는지, 어떤 영역은 건너뛰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개별 블로그 포스트의 실질 소비량을 측정한다. 은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좋은 글의 분량은 7분 정도의 길이라고 밝혔다. 물론 “훌륭한 포스트는 그 길이와 관계없다. 다만 좋지 않은 글이 그 길이마저 길 경우 치명적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인다. 나아가 영국의 도 최근 ‘관심 분석’(Attention Analytics)이라는 과 유사한 자체 분석 시스템을 선뵈면서 뉴스룸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SNS, 긍정적 감정 자아내는 뉴스 호응

이런 흐름만 있는 건 아니다. 는 방문자 수 중심의 측정 방법에 한계가 많음에도 이를 버리기보다는 보완하는 쪽으로 뉴스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용자의 관여(Engagement)와 뉴스의 영향(Impact)을 좀더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는 PAR(Pageviews Above Replacement·뉴스 홍보 비용을 넘어선 방문자)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PAR는, 가 전사적으로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개별 뉴스의 방문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쓴 비용 과 시간을 계산한다. 뉴스 홍보 비용 대비 방문자 수가 많을수록 뉴스의 매력도가 높다.

어떤 방법론이 가장 정확하게 뉴스 효과를 측정하는 수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방문자 수 또는 클릭 수라는 단일 지표에 빠져 있는 현재의 저널리즘 영향력 측정방법론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저널리즘의 미래는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와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폭발적인 방문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뉴스서비스 중에서 의 위치는 독특하다. 등이 뛰어난, 하지만 고임금의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해 뉴스 공유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면, 에는 니츤 지머먼이라는 천재적인 편집자가 존재했다. 니츤 지머먼은 2013년 11월 한 달 동안 1730만 방문자를 로 이끌었다. 의 11월 전체 방문자 수가 2500만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니츤 지머먼의 능력은 나머지 20명의 편집자를 넉넉하게 압도한다. 비록 그는 2014년 1월 를 떠나 스타트업 위스퍼로 자리를 옮겼지만, 어떤 뉴스가 공유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전설로서 기록될 것이다. 그가 경험과 단련으로 얻은 노하우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조나 버거와 캐서린 밀크먼의 연구 결과를 통해 어떤 뉴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는지 엿볼 수 있다.

PC 시대에 방문자와 댓글을 끌어모은 뉴스 유형이 분노와 비판 그리고 비난을 일으키는 뉴스였다면, SNS에서 공감을 얻는 뉴스 유형은 뉴스 소비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자아내는 뉴스다. 용기를 주고 모방하고픈 내용을 담은 뉴스가 사랑받는다. 자본과 정치의 굴절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인간이 모순과 이중성으로 가득 찬 존재만은 아니라는 스토리가 공감을 얻는다. 와 는 전통 뉴스 생산자가 주말판에 가끔씩 담아내는 사람 냄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동영상과 글 아래 또는 위에 위치한 ‘좋아요’ 버튼과 공유 버튼은, 해당 이야기의 도움을 받아 이용자 스스로와 그 주변에 관여와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이용자 개인 삶의 변화를 가능케 하는 영감을 주는 뉴스가, 또는 삶을 성찰할 계기를 주는 뉴스가 반드시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해관계가 유사한 집단이 연결되는 SNS에서는 치열한 논쟁보다는 적당한 타협 문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는 온라인 이지메의 현실성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 찾는 댓글 공간의 목소리가 다소 낮아진다면, 이용자 서로서로가 협업해 지금까지 조명받지 못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다면, 사회와 경제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한탄·슬픔·욕설로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하려는 작은 시도에 격려를 보내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6초, 13초 뉴스 제공하는

SNS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가져온 공유되고 소비되는 뉴스의 변화는, 전통적인 의미의 기자와 저널리즘 학자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이른바 영향력·시의성·저명성·근접성 등을 따지는 공급자 중심의 ‘뉴스 가치’ 이론이 새롭게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과 카카오톡이 만들어내는 뉴스 가치가 특정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는 것처럼, 종이신문 시대에 탄생한 뉴스 가치도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짬을 내서 뉴스를 소비하는 문화의 확산은 영상 뉴스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고 있다. 영국 , 미국 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뉴스 형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근 다양한 실험을 모색하고 있다. 2013년 CNN닷컴 방문자 중 약 40%가 모바일을 통했다. 이러한 사정은 라고 예외가 아니다. PC·모바일 등 디지털 뉴스에만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파 또는 케이블 방송사의 정규 뉴스 시청률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한 이용자가 브라운관 앞에 앉아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엄> 포스트의 예. 오른쪽 상단에 ‘9 min read’라고 예상 뉴스 소비 시간이 적혀 있다.

<미디엄> 포스트의 예. 오른쪽 상단에 ‘9 min read’라고 예상 뉴스 소비 시간이 적혀 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동영상 뉴스서비스의 대표주자는 다. 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케네스 레러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에릭 히포 등이 창업에 함께했다. 가 생산하는 뉴스의 길이는 6초 또는 13초다. 6초 뉴스는 트위터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 ‘바인’에서 유통되며, 13초 길이의 동영상 뉴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용자를 만난다. 이동 중에 소비될 수 있는 뉴스, 짧은 휴식 시간에 함께하는 뉴스와 전통 영상 뉴스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날씨 정보를 정확히 알리면 될 뿐,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고개를 들기가 힘들어요” “찜통더위 때문에 쉽게 짜증이 나요” 등 뻔한 시민의 목소리를 연출해서 담아낼 필요는 없다. 사건의 의미를 훌륭하게 설명하면 될 뿐, 기자가 현장에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장면을 모든 뉴스마다 억지로 담아낼 이유는 없다.
은 포스트마다 해당 포스트를 읽는 데 소요되는 예상 시간을 적어놓고 있다. (모바일) 이용자를 위한 배려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은 7분을 모바일 콘텐츠 소비의 최적 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짧은 뉴스 또는 콘텐츠만 스마트폰에서 소비될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는 지난 1월9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단돈 500달러에 구입해 이곳을 직접 수리해서 살아가는 드루 필립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총 6천 자로 구성된 이 에세이는 의 다른 글과 비교한다면 매우 긴 형식임이 분명하다. 이 에세이는 공개된 이후 2주 만에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에게 읽혔다. 그중 절반이 PC와 태블릿이 아닌 스마트폰 이용자다. 이 글의 소비 시간이 평균 25분임을 고려한다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대표 조나 페레티는 두 가지에서 모바일 탐방보도의 르네상스 근거를 찾고 있다. 첫째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항상 가지고 있으며, 그 공간은 버스 정류장일 수도 있지만 침대 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PC의 클릭보다 모바일의 끝없는 스크롤 방식이 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습관이 문화혁명을 일으킨다

미디어 학자 클레이 셔키는 “(문화)혁명은 한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을 변화로 내몰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새로운 뉴스 소비 습관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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