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씨스타는 올 한 해 앨범 (Give it to me)만을 발표했다. 대신 멤버들은 1년 내내 개인 활동을 했다. 연초에 멤버 효린과 보라의 유닛 씨스타19가 를 발표했고, 가을에는 소유가 래퍼 매드클라운과 함께 를, 다시 겨울의 시작과 함께 효린이 솔로 앨범 (Love & Hate)를 내놓았다. 그사이 또 다른 멤버 다솜은 KBS 의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걸그룹 멤버들이 인지도 상승을 위해 개별 활동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은 늘 있어온 일이다. 과거 소녀시대는 데뷔 전 윤아를 연기자로 먼저 활동시켰고, 시크릿이 처음 반응을 얻는 데는 멤버 한선화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것이 컸다. 하지만 올해의 씨스타처럼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훨씬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포미닛은 올해 멤버 현아의 솔로 활동을 비롯해 전지윤과 허가윤의 유닛 투윤, 다시 현아가 비스트의 멤버 장현승과 함께하는 유닛 트러블메이커로 나서는 등 개별 활동을 이어갔다. 소녀시대도 연초 (I got a boy)로 활동한 뒤 멤버 모두 개별 활동에 집중했고, f(x)도 만으로 활동하고 개별 활동에 집중했다. 여러 곡을 계속 발표한 2NE1 정도가 예외지만, 2NE1도 그룹 활동 못지않게 멤버 CL의 가 큰 반응을 얻었다.
보이는 댓글 많고 걸은 조회 수 높고
미쓰에이의 수지처럼 한 명의 멤버가 신드롬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룹 활동이 개별 활동에 비해 인기와 파급력이 클 가능성이 높다. 씨스타는 지난 몇 년간 내는 음원마다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앞으로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효린은 솔로 앨범으로 발표한 (Lonely)와 에서는 씨스타에서 보여준 섹시한 퍼포먼스나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하지 않는다. 에서 섹시한 이미지를 조금 연출하는 정도다. 대신 에서는 자신의 음색을 강조하고, 는 대중적인 멜로디 안에서 최대한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효린의 솔로 활동은 씨스타의 이미지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 되는 셈이다.
인기 걸그룹들은 대부분 데뷔 3~4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 소녀시대가 2007년에, 씨스타는 2010년에 데뷔했다. 한 팀이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셈이다. 시크릿은 데뷔곡 (I want you back)에서 밝은 소녀의 모습을 강조했지만 어느덧 섹시 콘셉트가 어색하지 않게 됐고,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는 애프터스쿨은 올해 발표한 에서 봉에 매달리는 춤까지 췄다. 그룹 활동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변화가 점점 한계에 이른 것이다.
신인 그룹들이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걸그룹 시장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일으킨 걸그룹 붐과 함께 성장했고, 지금 인기 있는 그룹들은 그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데뷔했다. 신인 걸그룹이 그들을 뚫고 과거처럼 빠르게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다. 조용필, 버스커버스커, 지드래곤처럼 아티스트적 성향이 강한 스타들의 음원이 인기를 얻었던 올해는 더욱 그렇다.
과거처럼 걸그룹이 데뷔 초 히트곡 하나로 성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보이그룹(기사)은 댓글이 많고, 걸그룹은 조회 수가 높다”고 말했다. 보이그룹은 열광적인 팬덤이나 안티가 강하고, 걸그룹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걸그룹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야 활동 기반이 마련된다. 2NE1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는 그룹이 아닌 멤버들의 개별 활동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보이그룹 인피니트를 제작한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기획 중인 걸그룹의 멤버 JIN부터 솔로로 활동시켰다. 울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더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 단위의 활동보다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걸그룹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알려야 그룹에 대한 관심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인기 걸그룹의 솔로와 유닛 활동은 해당 그룹은 물론 제작사에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기존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해봤다. 하지만 그 피로함을 메꿔줄 새로운 걸그룹은 좀처럼 등장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기존 인기 걸그룹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것은 청순, 성숙, 섹시의 변신 과정과 함께 인기도 절정에 이르는 많은 걸그룹들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단계다. 그 과정에서 효린이나 CL처럼 기존과는 다른 여성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많은 걸그룹들이 천천히 저물어갈 수도 있다. 걸그룹의 제작사들은 이제 새로운 창작성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셈이다. 다만 그 많은 걸그룹들이 쏟아져나오던 때가 벌써 지난 시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강명석 편집장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불교계, ‘윤석열 방어권’ 원명 스님에 “참담하고 부끄럽다”
[단독] “윤석열, 체포 저지 위해 무력사용 검토 지시”
‘군인연금 월500’ 김용현, 체포 직전 퇴직급여 신청…일반퇴직 표기
경호처 직원 ‘전과자’ 내모는 윤석열…우원식 “스스로 걸어나오라”
나훈아, ‘왼쪽 발언’ 비판에 “어른이 얘기하는데 XX들 하고 있어”
임성근 “채 상병 모친의 분노는 박정훈 대령 말을 진실로 믿은 탓”
영장 재집행 않고 주말 보내는 공수처…‘경호처 무력화’ 어떻게
대통령 관저 앞 집회서 커터칼 휘두른 50대 남성 체포
최수종 등 연예인 35명 ‘이명박 지지’ 선언
판사 출신 변호사 “경호처 직원 무료변론…불법적 지시 거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