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구린 여의도 동산에 색깔이 다른 텔레토비들이 살고 있어요.” 내레이션이 시작되면 MB 얼굴이 담긴 누런 해가 두둥실 뜬다. 텔레토비들이 동산에 모여든다. 청기와집에 살며 오리 인형 ‘레임덕’과 노는 ‘앰비’, 노란 옷을 입고 특공무술을 하는 ‘문제니’, 흰 옷의 서울대 출신 ‘안쳤어’, 언제나 문제니와 안쳤어가 싸우길 바라는 빨간 옷의 ‘또’, 여기저기서 맞기만 하는 보라색 옷을 입은 ‘구라돌이’가 주인공이다.
tvN 의 정치풍자극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에서 속시원하고 찧고 까부는 캐릭터들. 왼쪽부터 안쳤어, 또, 문제니. tvN 제공
“반장 선거 나온 건 난데 왜 옛날에 울 아버지가 한 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또는 억울하단다. 성우가 “네가 아버지 대신 사과하면 되잖아”라고 말하자 또는 폭발했다. “울 아버지가 뭐! 뭐!”(tvN
사랑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만날 치고받느라 바쁘다.
여의도 텔레토비들은 해가 뜨면 동산에 모이지만 실제 촬영에 참가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은 밤이 이슥해져야 만난다. tvN 홍보팀 최무성 대리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부터 시작되는 촬영은 밤을 넘겨 새벽 4~5시가 되어야 끝난다”고 전했다. 주로 서울 대학로 공연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으려니 시간이 이렇다. 그렇다고 매주 강행군을 하진 않는다. 한 달에 한 주 ‘디렉터스컷’을 방영하며 한숨 돌린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그동안 놓친 뉴스를 살피거나 다음회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이디어는 주로 패러디에 대한 고심이다. 연출을 맡은 안상휘 CP는 과의 통화에서 “현실과 기존의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변용하고 엮을 것인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 동산에 오른 은 ‘대선의 연인’으로 는 ‘슬랭덩크’로 은 ‘대선 클리닉 사랑과 전쟁’으로 재탄생했다. 한 주의 뉴스를 훑고 맞춤한 패러디 소재를 찾아야 하니 언제나 일주일은 짧다. 그러다 보니 5분 정도 분량의 짧은 꼭지지만 전담 작가를 따로 뒀다.
자기 캐릭터 응원하는 각 후보 캠프
우화가 된 정치판을 그리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에 정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안상휘 CP는 “각 캠프랑 모두 미팅을 했다. 다들 풍자에 우호적이고, 각 후보를 홍보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10월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프로그램 제재 요청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가 가장 욕을 많이 한다”며 “이미지가 남아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11월13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내용이 후보자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고 선거 관련 풍자 내용 자체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정희 후보는 11월13일 트위터에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선거방송심의 문제없다고 됐다죠? 또~ 학자금대출 갚을 돈 12월까지는 벌겠네? 축하. 피디님, 저, 구라돌이 좀 그만 맞게 해주세요. 많이 맞았잖아요”라고 썼다.
대선이 끝나면 여의도 텔레토비도 원작의 ‘이제 그만~’을 외치며 사라지는 걸까. 제작진의 말을 전하면 이렇다. “또 다른 텔레토비가 시작될 거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들로 캐릭터를 꾸리게 될 텐데, 대통령 당선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12월19일은 대한민국에도, 여의도 동산에서도 디데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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