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의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프랑스 버전이랄까. 로맹 가리의 자전소설 (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어머니는 매일 정오, 소년의 앞접시에 비프스테이크를 담아준다. 13년 동안 어머니는 남편도 애인도 없이 폭군 같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해왔다. 그래서일까, 스테이크를 놓을 때마다 승리의 표정 같은 것을 지었다. 소년은 학교에서 돌아와서 언제나 비프스테이크 접시 앞에 앉았고, 어머니는 평온한 얼굴로 소년이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채소밖에 좋아하지 않는데다 기름진 음식은 먹어선 안 된다며 비프스테이크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간 소년은 비프스테이크를 구운 프라이팬을 무릎에 얹어놓고 빵 조각으로 남은 고기 기름을 알뜰하게 훑어 먹는 어머니와 마주친다. 소년은 울며 뛰쳐나가고, 풀밭에 엎드려 우는 소년을 달래려고 어머니가 쫓아온다. 다음은 이어지는 대화. “울지 마라.” “내버려둬요.” “울지 마라, 에미를 용서해다오. 넌 이제 사나이다. 내가 널 괴롭혔지?” “내버려두라니까요!” 아무리 달래도 소년이 진정하지 않자 어머니는 급한 마음에 13살 소년을 어른 취급해준다. “담배 피울래?”
어쨌거나 소년은 이날을 성년이 된 첫 순간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가 담배를 권해서가 아니라, 극성이라 할 만치 아들에게 맹목적 사랑을 퍼부어대며 아들의 성공에 집착해온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사명감이란 걸 느낀 날이었기 때문에. 그는 모친에 이끌려 구체적이고 세속적인 목표를 차근차근 채워나간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프랑스 문학의 거인’이 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고민한 알렉상드르 나탈, 아르망 드 라 토르, 롤랑 드 샹테클레 같은 필명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에밀 아자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가졌다.
로맹 가리가 성년이 되는 순간 맛본 비프스테이크는 어떤 맛이었을까. 또 다른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에서 전하는 레시피는 이렇다(알려진바, 뒤마는 등 걸출한 작품을 남겼는데, 인세 수입의 대부분을 먹고 마시는 데 탕진한 멋진 남자였다). 1) 우둔살 부위를 2분의 1인치 두께로 자른다. 2) 평평해지도록 약간 두드리고, 스테이크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동판에 요리한다. 3) 연료는 석탄을 이용한다. 진정한 비프스테이크는 활활 타는 석탄불 위에 고르게 가열된 그릴에서 굽고 육즙을 보존하려면 단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 4) 메르트 도텔 소스를 곁들인다. 마데이라 와인이나 앤초비 버터를 곁들여도 좋다.
뭐? 특별 제작 동판? 활활 타는 석탄? 메르트 도텔 소스? 마데이라…? 멋진 남자의 레시피는 다음 기회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탄핵으로 나갔다 탄핵 앞에 다시 선 최상목…“국정 안정 최선”
물에 빠진 늙은 개를 건져주자 벌어진 일 [아침햇발]
윤석열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끌어내”…국회 장악 지시
“교수님, 추해지지 마십시오”…‘12·3 내란 옹호’ 선언에 답한 학생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헌정사상 처음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이재명·우원식·한동훈부터 체포하라” 계엄의 밤 방첩사 단톡방
조갑제 “윤석열 탄핵 사유, 박근혜의 만배…세상이 만만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키운 한덕수, 대체 왜 그랬나
[전문] ‘직무정지’ 한덕수, 끝까지 ‘야당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