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첫 번째 원전 포기 선언이었다. 여기에는 1998년부터 비롯된 사민-녹색 연립정부의 반원자력 정책의 역사와 더불어 올해 들어 약진한 녹색당의 노력이 한 바탕을 이루었다. 나아가 독일 미디어들은 2013년 녹색당 총리의 탄생을 점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2013년 총선에서 기민당과 녹색당 간 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녹색당, ‘자전거를 타는 자유당’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기 마련인가. (이하 ) 한국판 8월호는 독일의 녹색당 바람에서 도리어 ‘위기’의 징후를 읽는다. 올리비에 시랑 특파원은 녹색당이 ‘자전거를 타는 자유당’으로 변신했다고 비난한다. 당의 본거지인 함부르크에서 녹색당이 부유세 감축을 승인하고 복지수당과 실업수당의 통합에 동의하는 등 “15년 전부터 완벽한 행동의 변화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68혁명의 후계자이자 좌파에서 출발한 녹색당은 풍부한 연정 경험을 거치며 이미 집권 체질로 ‘우경화’됐다. 이는 당 노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정치인’이라 불리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요슈카 피셔는 부총리와 외무장관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컨설팅 회사 ‘요슈카&코(co)’를 설립해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BMW와 지멘스, 유럽 거대 할인마켓 레베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 밖에도 녹색당 경력을 팔아 원자력 업체에 취직하는 등 돈방석에 앉은 요슈카 피셔‘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그렇다면 녹색바람의 진원과 종착지는 어디일까. 시랑은 16년 동안 녹색당에서 일하다 당을 등진 노르베르트 하크버스크 판사의 말을 인용한다. “열정도 없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실용주의 노선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녹색당이) 순풍을 타고 있다. …부자도 많지만 빈자도 많은 함부르크에서 헐벗은 이들은 투표를 하지 않거나 녹색당을 찍지 않을 것이다.” 소외계층이 굳이 우경화한 녹색당을 찍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녹색당의 자유주의화가 못마땅한 에 유럽 정치권이 보낸 지난 3년은 ‘금융위기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시절이었다. 경제학자인 프레데리크 로르동은 이제 본격적인 탈세계화를 선언하자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세계화’라 부르기로 쉽게 의견을 모았듯이, 현 자본주의 질서와의 단절도 아주 쉽게 ‘탈세계화’라고 부르기로 의견 일치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깡패 자본주의’세계화로 통칭되는 약탈적 자본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깡패 자본주의’(Gangster Capitalism)로 도드라진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백주 대낮에 철거 용역이 주민들에게 식칼을 휘두르고 여성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거나 성폭력을 가해도 경찰이 비디오게임을 보듯 지켜본다”며 “폭력·청부업자들이 공권력과 합작하거나 공권력을 대신하는 이러한 자본주의”를 ‘폭도 자본주의’(Mob Capitalism), ‘깡패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그는 “한국의 철거·파업 현장의 용역 폭력을 보면, 한국은 약자에게 가난이 어떻게 죽을 죄가 되는지를 가장 처절한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자본주의 국가”라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타락한 형태의 자본주의”라고 비판한다. “공공성은 완전히 실종되고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곳에는 법도 공권력도 정지된다”는 그의 말에서 용산참사와 유성기업, 한진중공업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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