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서태지로서의 삶이 더 클 것이다라고 생각할 거 같지만 내 경우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데뷔 뒤 줄곧 서태지로 사느냐 평범한 정현철로 사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온 것 같다.”
2008년 8월 8집 를 발매하고 출연한 문화방송 에서 서태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난 4월20일 서태지는 ‘정현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탤런트 이지아(본명 김지아)는 지난 1월 서태지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소장의 피고란에 적혀 있는 이름은 서태지의 본명 정현철이었다.
소송 통해 드러난 ‘정현철’의 삶
둘의 소송이 보도되고 이지아는 소속사 키이스트를 통해 서태지가 은퇴를 선언한 이듬해인 1997년 미국에서 서태지와 결혼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6년 일반인에 비해 평범하지 않은 서태지의 직업과 생활 방식, 성격 차이 등으로 인해 이지아는 혼자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고, 2009년 효력이 발휘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서태지는 4월22일 오후 현재까지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태지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를 발표한 뒤 5년 동안 한국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1996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서태지는 사생활의 문을 굳게 닫았다. 간간이 들려오는 앨범 발표나 콘서트 등의 소식을 통해 그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서태지는 알리지 않았고,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대중도 딱히 알려 하지 않았다. 1998년 솔로로 내놓은 5집 이후 3장의 음반을 더 발매했다. 그의 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만큼 파급력이나 영향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2008년 8집으로 돌아오면서 서태지는 이례적으로 을 통해 방송에 등장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화제는 됐지만 시청률은 10%에 못 미쳤다. 이런 서태지에 대해 “신비주의가 바닥난 게 아니냐” “과거의 신화와 열광적인 팬덤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소송을 통해 그동안 서태지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던 정현철로서의 ‘평범한 삶’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반응은 ‘배신감을 느낀다’부터 ‘서태지도 사람이다’ ‘사생활일 뿐이다’까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소송으로 “수도자에서 세속인으로 돌아왔다”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의 지적처럼 적어도 대중에게만큼은 영원한 서태지로 남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일부분 깨졌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서태지 자신이 늘 고민해왔다는 서태지로서의 삶과 정현철로서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서태지가 아니다. 한동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과 이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위자료 소송에 휘말린 정현철이라는 남자로 대중의 기억에 남아 있을 테다.
그럼에도 음악에서 그는 여전히 서태지다. 1998년 지금은 폐간된 음악전문지 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반’ 목록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음악 전문 웹진 ·이 공동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반’ 목록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앨범 네 장이 모두 올라 있다. 4월에 2호를 낸 대중음악전문지 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파워 100’에서 서태지는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양현석(YG엔터테인먼트)-엠넷미디어에 이어 5위에 선정됐다. 온전한 뮤지션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대중음악평론가 홍정택은 관련 글에 “‘포스트 서태지’의 부재 속에 적잖은 대중과 언론은 여전히 그에게서 1990년대의 서태지를 기대한다”며 “이것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철 지난 비극일 수밖에 없지만, 그 시절 서태지가 그만큼이나 강렬했음을 방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썼다.
앞으로의 활동에 영향 끼칠 것
앞으로도 그의 음악적 영향력은 사생활과 별개로 여전히 계속될까? 발행인인 박준흠씨는 “이번에 밝혀진 서태지의 사생활이 그의 음악에 관한 평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내놓을 앨범에서는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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