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과 유세윤은 ‘평행’의 인생을 걸어왔다. 유세윤은 의 ‘무릎팍 도사’에 ‘건방진 도사’로 출연하고 있고, 윤종신은 ‘무릎팍 도사’가 길면 가끔 인사만 하고 끝나는 같은 프로그램의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고 있다. 둘의 양보할 수 없는 ‘나눠먹기’ 전쟁은 2008년 문화방송 연기대상 쇼·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신인상에서도 나타났다. 유세윤은 수상, 윤종신은 후보에 그치고 말았다. 그뿐이 아니다. 둘의 시트콤 인생 또한 양보할 수 없는 평행선이었다. 둘은 이라는 화제작의 앞뒤로 위치한 불운한 일일시트콤(윤종신은 , 유세윤은 )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했다. 윤종신은 주연급, 유세윤은 카메오급으로 연기 비중도 평행선이었다. 케이블 엠넷에서는 유세윤이 〈UV 신드롬〉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윤종신이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슈퍼스타가 되어가면서 그 평행선은 굳어지는 듯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운명이 ‘11’의 관계라는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11은 숫자로선 평행의 최고봉이랄 수 있다. 윤종신은 1969년생, 유세윤은 1980년생으로 태어난 해가 11년 차이가 난다. 더 놀라운 것은 나이도 11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소름끼치지 않는가. 그리고 운명처럼, 둘의 평행은 (엠넷, 목요일 밤 12시)에서 ‘완벽’한 평행사변형을 이루게 되었다.
“신승훈은 준수하고, 2PM에는 준수가 있다”
윤종신과 유세윤이 진행하는 는 이런 식이다. 프로그램은 ‘평행이론’을 다루는 진지한 ‘학술’ 프로그램이라며 막무가내로 우긴다. 어리둥절한 게스트가 적응해나가는 ‘평행이론’을 옮기자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어 동명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링컨과 케네디다. 둘은 100년 주기로 대통령에 취임했고, 15자의 이름을 가진 이에 의해 총으로 저격당해 사망했다, 등이다. 그런데 연예인을 짝지워서 그들의 평행이론을 읊어나가보면….
“가수 신승훈과 2PM의 공통점은? 둘 사이에는 ‘2’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1990년에 데뷔한 신승훈은 올해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으며, 2PM은 2008년에 데뷔했다. 바로 데뷔한 지 ‘2’년이다. 그리고 신승훈과 택연·준수의 나이 차는 20년. 이뿐이 아니다. 그가 데뷔한 1990년 11월1일의 모든 숫자를 합치면 22. 2PM의 데뷔 날짜인 2008년 9월4일 모든 숫자를 합치면 23. 믿지 못하겠는가. 23-22=1. 바로 둘은 하나라는 뜻이다. 신승훈의 외모는 준수하고, 2PM 안에는 준수가 있다.”
다큐멘터리의 ‘권위’를 가진 성우가 이 이론을 읊는다. 성우의 목소리를 활용해 웃음을 주던 등과도 비슷한 전략이다. ‘완벽하게 일치한다’ ‘정확히 똑같다’라고 성우는 읊고, 사회자들은 “온통 2투성이잖아” “2로 범벅이 되었잖아” “소름 끼친다”고 맞장구를 친다.
의 재미는 ‘사소함’에 있다. 둘을 열거해놓고는 게스트들은 아무런 공통점을 찾지 못하고 멍한 표정이 된다. 사회자는 ‘딴딴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거나, ‘신기하게 모든 멤버 이름을 넣어 연결할 수 있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가끔씩 우기다가 신기하게 일치하는 면이 나타나는데, ‘군필자’인 줄만 알았던 부활과 2AM의 멤버 하나씩이 ‘경찰군악대’였다는 사실이 토크를 통해 밝혀진 것 등이다. 하지만 이 ‘일치’야말로 의 코드가 아니다. 엄연한 공통점은 두고, 일부러 에둘러 사소해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는 아주 작은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프로필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해 토크를 나누는 것은 비슷하지만, 사태에 적응해나가는 와중에 게스트들은 그와 연관된 작은 스토리들을 제안해나가면서 공통점을 향해 사소해지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그 재미에 빠져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두고 (너무 놀라워) ‘소름 끼치는 동작’을 해낸다.
그래서 에는 시상식 멘트 같은 주례사가 없다. “재능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노력을 더해 더욱 빛나는 가수”라는 찬사나 “가요대상을 몇 번 수상했다”느니 하는 드러난 성과도 고개를 못 내민다.
사소함들은 음악에 집중돼 있고, 기어코 ‘학술 프로그램’을 강조하지만 는 어느 토크쇼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된다. 노래 스타일에서 ‘아덕후’로 지목된 김종서와 휘성은, ‘아’음을 내기 위해 서울 마포대교 아래서 피를 토하도록 고함질렀다고 말하고(김종서), 노래에 맞는 아주 높은 고음을 안정적으로 내기 위해서 연습했던 일을 들려준다(휘성). 그보다 앞서는 휘성의 ‘지르는’ 가사에 대해 “아주 나쁜 남자이거나 아주 좋은 남자”라는 김종서의 평이 지나갔고, 그것이 휘갈겨 썼던 것이 아님을 휘성은 강변한다.
MC의 순발력과 안드로메다 반응무엇보다 윤종신과 유세윤이 빛이 난다. 5와 10의 공통점이 뭐냐에, 곱하기 2라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윤종신에다 유세윤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듯한 UV파를 메다꽂으며 맞장구친다. 그들의 우기기는 학술 프로그램에 걸맞게 박사급이다. 둘의 평행이론 하나 더. 둘의 성을 영어로 쓰면 ‘You’다. ‘단지’ 윤종신의 경우는 거기에 ‘n’이 하나 더 붙을 뿐인데, 수학 공식으로 풀자면 ‘you n you = you + you’다. 둘은 서로를 ‘유’라고 부르면서도, 가끔 그것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몰랐다. 둘은 ‘유’라고 서로를 부르는 하나다.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한 커플 아닌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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