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초연된 뮤지컬 . 공연계의 아카데미 어워즈라 불린 토니 어워즈(2000년)에서 최우수작품상·안무상·남녀주연상 등 알짜배기 상만 골라 4개 부문을 받았고, 뉴욕 링컨센터에서 1174회라는 최장기 공연 기록을 남기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김주원과 현직 뮤지컬 안무가 이란영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싱어가 아닌 댄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그리고 이 봄, 댄서가 주인공인 다양한 뮤지컬이 관객을 향해 “셸 위 댄스?”라 외치고 있다.
3월만 해도 춤을 위주로 한 네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상체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춤 포즈를 유지하면서 하체는 초당 35회 이상 발을 구르는 현란한 발놀림을 자랑하는 속사포 탭댄서들이 출연하는 아이리시 댄스 뮤지컬 ,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온 라틴 댄스 뮤지컬 , 살사·지르박·왈츠 등 13가지 댄스 에피소드로 구성된 댄스버라이어티 뮤지컬쇼 , 다양한 장르의 춤을 재즈 선율 속에 녹여낸 창작 뮤지컬 가 그것이다. 5월과 8월에도 매슈 본의 댄스 뮤지컬 와 이제는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뮤지컬 가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특히 는 LG아트센터의 10주년 기념 공연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역시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어 싱어가 아닌 댄서가 주인공인 뮤지컬에 보이는 대중의 관심을 설명해준다. 노래가 중심이던 뮤지컬 시장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뮤지컬은 춤과 오락이라는 쇼비즈니스 측면을 섞어 부르주아 계급을 만족시키고자 탄생한 예술이다. 다시 말해, 춤은 노래만큼이나 뮤지컬의 장르적 성격을 규정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뮤지컬은 노래가 우선시되는 장르로 인식돼왔다. 주·조연은 싱어들에게, 앙상블은 댄서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요즘처럼 춤 위주의 뮤지컬이 부각되는 이유는 어쩌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득세했던 노래 중심의 뮤지컬이 아닌 색다른 뮤지컬을 창조하려는 창작자들의 반기다. 뮤지컬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이미 뮤지컬 문법에 익숙해진, 그래서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도 훌륭하지 않은가. 모쪼록 국내 댄스 뮤지컬들이 지금 내한한 해외 댄스 뮤지컬만큼만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김일송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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