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윈스턴 처칠, 피델 카스트로,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인물만 낯익을 뿐만이 아니라 인물이 든 사진도 낯익다. 누가 찍었는지는 몰랐지만 어딘선가 이들을 소개하는 글에서 한 번쯤 보았던 사진이다. 인물만큼 유명한 인물사진을 찍은 사람은 유섭 카쉬(Yousuf Karsh·1908~2002). 인물사진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의 대표작을 모은 ‘카쉬전’이 3월4일~5월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카쉬가 평생 찍었던 4천여 인물사진 작품 중에서 대표작 70점을 엄선해 ‘오리지널 빈티지’ 사진으로 전시한다. 여기에 다큐사진과 초기 작품 20여 점도 더해진, 국내 최초의 ‘카쉬전’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오드리 헵번·윈스턴 처칠(왼쪽부터)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는 찰나에 드러난 내면의 모습이 진짜라 믿었다. 그래서 눈썹을 치켜뜨는 순간, 놀란 표정과 같은 인물의 찰나를 잡으려 애썼다. 정면을 노려보는 윈스턴 처칠(사진 오른쪽)의 사진에선 카리스마가 사진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살아 있다. 하지만 처칠의 강인한 얼굴은 촬영이 끝난 다음 슬며시 웃을 듯한 여운을 남긴다. 인물사진의 교과서라 불리는 작품답게 그의 사진에는 인물의 외면에 스며든 내면이 담겼다. 자살 4년 전에 찍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사진 왼쪽) 사진에선 묵묵함 가운데 연약함이 묻어나고, 오드리 헵번(사진 가운데)의 얼굴에선 우아함 속에 감춰진 연약함이 읽힌다. 두 손을 모은 아인슈타인의 옆 모습에선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자의 고독이 묻어난다.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살스의 뒷모습에는 자신의 조국 스페인에서 추방당한 예술가의 쓸쓸함이 가득하다. 이렇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마음, 열정, 영혼에 담긴 위대함을 찍는 것”이라고 했던 그의 사진철학은 인물사진에 오롯이 녹아 있다. 카쉬는 사진과 함께 메모를 남겼다. 인물을 찍을 당시의 에피소드와 인물평을 꼼꼼히 기록한 그의 메모는 사진과 함께 전시회에 소개된다. 인물의 순간을 담은 사진이 ‘결’이라면 촬영 전후를 기록한 메모는 ‘기승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한 장의 사진은 한 인생의 기승전결을 이해하는 기회로 확장된다.
터키에 점령당한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난 카쉬는 열여섯 되던 해에 사진관을 경영하던 삼촌을 찾아 캐나다로 이주했다. 1942년 캐나다를 방문한 윈스턴 처칠을 찍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이렇게 명성을 얻어 20세기의 주요 인물을 초상으로 남겼다. 그는 산업혁명 시기의 캐나다 경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는 다큐 작업도 남겼다. 그의 다큐사진도 인물사진처럼 휴머니즘에 바탕해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에선 ‘사회의 얼굴’이란 주제로 인물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그의 사진은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인데, 오리지널 필름을 보호하기 위해 보스턴 미술관 전문가가 직접 화물칸에 타고 국내에 들여왔다. 이번에 함께 전시되는 ‘한국 인물사진 5인전’에선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가 1982년 뉴욕에서 찍은 카쉬의 인물사진도 만날 수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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