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고려대 박물관장 최광식 교수, 학계 “근거 빈약한 코드 인사”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새 정부의 고려대 코드 인사 논란이 문화재 동네로 옮겨붙었다. 3월7일 청와대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고려대 박물관장인 최광식(55) 사학과 교수를 임명하면서부터다. 국립 박물관 출신도 아니고 박물관 운영과 연고가 없었던 그가 사령탑에 앉자, 학계를 중심으로 근거가 빈약한 코드 인사란 평이 나오고 있다.
“‘폴리페서’가 잇따라 박물관 수장 돼”
50년 넘게 고고학·미술사 전공자가 번갈아 관장 자리를 맡았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대 신라사를 전공한 최 교수는 역사학자 출신의 첫 관장이 된다. 고고·미술사로 벽을 갈라 전시·운영을 사고해왔던 기존 관행을 벗어나 통합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출신의 김홍남 전임 관장에 뒤이은 외부 관장 입성에 대한 박물관 안팎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내부에서는 최고 권위의 문화재 기관장이 정치적 외풍에 휘둘린다는 우려와 함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새 사령탑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임 관장이 전시, 직제 등의 개혁을 놓고 학예사들과 심각한 소통 갈등을 빚은 탓에 조직 와해론까지 나왔던 괴로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 신임 관장이 3월13일 간담회에서 밝힌 국립중앙박물관과의 인연은 “전시자문위원을 잠깐 맡은 것, 연중 10여 차례 관람한다는 것,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을 간간이 빌려준 것, 고려대 박물관의 북한 유물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북한 유물전 때 도움을 주었다는 것” 등이다.
학계에서는 최 관장이 연구보다 고려대 인맥 활용과 처세에 능숙했던 이력을 들어 박물관 운영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대구 효성여대의 소장교수로 지내다 스승인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의 천거로 고려대로 올라온 뒤 불과 10여 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에 올랐다. 고려대 박물관장을 9년 동안 지내면서 매년 3~4개의 기획전을 열고, 고구려연구재단 결성 등 대외 활동으로 박물관 위상을 크게 높였지만, 학계 차원에서는 연구 대신 학맥에 바탕한 사교 활동에 치중했다는 게 중론이다. 2004년 중국 동북공정 논란으로 민족주의 여론이 들끓는 정치적 상황을 업고, 고려대 인맥 중심의 고구려 연구재단 결성을 주도했으나, 학계의 비판 속에 2년 만에 동북아재단으로 흡수 통합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고려대 박물관에 개설한 ‘문화예술 최고위 과정’도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적을 올리면서 인맥 만들기가 주목적이라는 뒷말이 일었다. 박물관의 한 연구관은 “정치적 성향의 교수들,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잇따라 박물관의 수장이 되어가는 관행을 못마땅해하는 정서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문화재청장 인선도 뒷말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 고려대 박물관 학예사에 불과하던 김우림(48)씨를 시 산하의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으로 파격 발탁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서울대 출신이지만 박사를 고려대 대학원 문화협동과정에서 마친 이건무 신임 문화재 청장도 넓게는 고려대 인맥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하면, 맥을 못 추던 문화재 동네의 고려대 인맥이 국공립 대표 문화재 기관을 접수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최 관장은 이 청장이나 김 관장과 긴밀한 학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이 청장이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 최 관장은 논문 심사위원이었고, 김 관장도 서울역사박물관에 오기 전에는 최 관장이 직속 상관이었다.
문화재 동네에서는 정권과 학맥 차원의 교감이 있는 최 관장이 대운하 건설에 따른 문화재 발굴 사업에서 문화재청과 더불어 ‘총대’를 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최 관장은 “고려대 시절 활발한 기획 전시 성과와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 재단을 꾸리며 연구한 이력 등을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고·소·영 정권이라는데, 나는 불교 신자에 서울 출신”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장 인선도 뒷말이 많다. 한국고고학회 회장이던 이 청장은 임명 보름여 전에 대운하 터 사전 발굴을 위한 지표 조사 완화 방침을 질타하는 비판 성명을 학회 명의로 냈다. 그런 소신과 정반대되게 청장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고고학회의 한 소장 회원은 “대운하에 비판적인 학계를 달래며 사업을 추진하려는 뜻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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