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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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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달려갈게, 무조건 무조건이야~

등록 2007-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이 순간 한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사람 찾아간다는 한국방송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18번은 이다. 그의 애창곡은 5월2일 방송된 한국방송 1TV 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유 장관이 를 마치면서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박상철의 을 한 곡조 ‘뽑은’ 것이다. 이렇게 의 마지막은 “좋아하는 노래가 뭡니까”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서 그 사람을 알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질문이다. 딱딱한 인터뷰 방식을 벗어나 색다른 질문을 통해서 인물의 핵심에 다가가는 시도로, 을 만들었던 홍경수 프로듀서(PD)의 아이디어다.

‘맞장’과 ‘핸드 헬드’의 묘미

는 봄 개편과 함께 5월1일 시작됐다(화~목 밤 10시45분). 는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뜨거운 이슈의 인물을 발빠르게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인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 그에게서 몹시 듣고 싶은 이야기, 가 단박에 찾아간다”는 것이다. 는 첫 번째 인물로 ‘4·25 재보선 당선자 김홍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서서 시작됐다. 당시 지역구에 머물렀던 김홍업 당선자를 찾아가 동행 취재 형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는 스튜디오에 점잖게 앉아서 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때때로 마주 앉아서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이따금 싫다는 사람도 쫓아가 난처한 질문도 던지는 ‘콘셉트’이다. 에서 ‘이라크 파병 1년, 자이툰을 가다’ 편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김영선 PD가 공동 연출자이자 진행자로 질문을 던진다. 첫 회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김 PD가 김 당선자에게 전략공천 후유증, 범여권 통합에 대해 묻자 김 당선자의 보좌관이 인터뷰를 제지했다. “빨리 나가세요”라는 보좌관의 제지에 “질문 하나만 더 드릴게요”라면서 버티는 김영선 PD의 ‘맞장’은 다른 인터뷰에서 보기 힘든 현장감이 있었다. 이렇게 때때로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의 묘미다. 한편으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의 과제다.

의 방송 시간은 15분, 짧은 시간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고 답까지 얻어야 하는 난제도 있다. 인터뷰 대상자의 인권뿐 아니라 시청자의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지만, 그것을 묻는 공세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한국적’ 정서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이러니 인터뷰 대상의 ‘속심’을 보여주는 대답을 얻기가 어렵다. 성과도 없지는 않았다. 김홍업씨에게 당선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을 물어서 “당신이 당선된 것 이상으로 기뻐했다”는 대답을 얻어내고, 출마 동기로 “하나님한테 등 떠밀려서 나왔다”는 답변을 끌어낸 것은 인간 김홍업의 면모를 보여주는, ‘근엄한’ 인터뷰에서는 불가능한 재미였다.

김홍업 당선자에 이어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박태환 선수, 김연아 선수 등이 에 출연했다. 의 엉뚱한 촌철살인은 홍준표 의원 편에도 이어졌다. 빨간 넥타이를 맨 홍 의원에게 “오늘은 의상이 정열적이다”라는 질문을 던지자 “홍가라서 빨간 넥타이를 맵니다. 내복도 빨간색 입습니다” 같은 대답이 나왔다. 무게를 잡지 않는 인터뷰를 통해서 인터뷰이를 무장해제해버린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홍가라서 내복도 빨간색 입습니다”

하지만 촌철살인의 질문과 흥미로운 대답이 15분 내내 이어지진 않는다. 의 앞부분에 편집돼 나오는 서너 마디가 그날의 ‘전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단은 질문의 문제다. 김영선 PD는 “아직 공격적인 질문을 제대로 한 적이 별로 없다”며 웃었다. 그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라디오와 달리, 얼굴을 맞대는 텔레비전에서 직설화법으로 질문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앞으로 자리가 잡히면 불편한 질문도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답변의 문제다. 일단 섭외가 어렵다. 아직도 화제의 인물들이 공세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인터뷰에 출연하기를 꺼린다. 김 PD는 “라디오는 괜찮지만 텔레비전은 꺼리는 분들이 많다”며 “아직은 텔레비전이라서 좋아하기보다는 텔레비전이라서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그는 “한동안 국회에서 취재를 하면서 말을 잘하고 방송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많아졌음을 절감했다”며 “서너 해만 고생하면 공세적인 텔레비전 인터뷰 프로그램도 정착이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가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토크 프로그램으로 가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 제작진의 바람이자 시청자의 기대이다.

때때로 뜻밖의 질문은 인물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냈다. 는 최근 들어 가장 ‘깜찍한’ 유시민을 보여주었다. 유시민 장관 인터뷰의 중간에 국무회의 장면을 삽입해 인터뷰의 입체감을 살렸다. 대통령이 “장관 때문에 (국민연금 법안이) 부결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니겠죠?”라고 말하자 유 장관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인터뷰로 돌아와 김 PD가 유 장관에게 당시의 “오묘한” 표정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이렇게 입체적인 편집에 유시민의 표정이 담겼다. 유 장관은 “대통령님은 참 매력 있는 분이에요. 국민들이 동의 안 해주신다는 것도 아는데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처럼 웃는 유시민의 표정에는 말 이상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홍준표 의원 인터뷰에서도 엉뚱한 진심을 보여주는 대답이 나왔다. 홍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한나라당이 오세훈 후보를 낸 경우를 언급하면서 “춤꾼이 나오니까 꽃미남으로 붙여놓았지요. 그림이 되잖아요. …탤런트 경연대회였지요”라는 솔직한 답변도 서슴지 않았다. 제작진의 바람처럼 “인터뷰계의 돌발영상”에 다가가는 면모였다.

“섭외 일순위는 이명박·박근혜였지만…”

는 정치인이 아닌 유명인(Celibrity) 인터뷰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태환 선수의 인터뷰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 훈련을 하느냐” “수영이 왜 재미있느냐” 같은 평범한 질문이 많았다. 인터뷰 도중에 방송 카메라를 메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청소년 박태환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정작 박태환에게 궁금한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김영선 PD는 “유명인 인터뷰에서 와는 다른 만의 대답을 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홍업, 유시민, 정동영 등 ‘범여권’ 인사의 인터뷰가 이어지자 정치적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제작진은 “섭외의 일순위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박근혜였다”며 “의도한 바가 아니라 섭외가 되지 않아서 형평성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홍준표 의원의 출연은 균형추를 조금은 맞춰주었다. 참고로, 홍준표 의원의 18번은 로 ‘밝혀졌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1972년 단돈 1만4천원을 손에 쥐고 추풍령 고개를 넘어서 서울로 상경한 홍 의원(그는 당시 18살이었다)이 가슴에 새긴 노래란다. 이렇게 흉금에 간직한 18번은 단박에 사람을 알아낼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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