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네가 처음으로 지미 추의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 순간, 너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거야. 중에서
나는 남자라 지미 추의 구두를 신을 수도 없지만, 또한 어떤 종류의 명품에도 별로 관심은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그건 프라다다. 나는 프라다를 좋아한다. 프라다의 가방을 살 만큼의 용단(재력보다는 확실히 용단이다)이 있어서가 아니다. 매장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연녹색의 라이트와 옅은 회색의 진열대와 반들거리는 검은 가죽 제품들의 미니멀한 조화. 프라다 매장은 수많은 명품 매장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세련미(‘시크’라고 쓰려다 참았다)를 발산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60만원짜리 지갑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프라다 매장은 꼭 한번 들러본다. 검은 플라스틱처럼 반짝거리는 서류 가방을 가리키며 “얼마예요?”라고 물어보고, 살짝 고민하는 듯 가방을 두어 번 들어올려본 다음 “고마워요. 또 들를게요”라고 말한 뒤, 은은한 연녹색의 라이트를 받은 옅은 회색의 진열대 위에 반짝거리며 놓여진 검은 가방들의 용모를 경멸과 환희가 뒤섞인 표정으로 내려보며 밖으로 빠져나온다. 나는 주변의 누군가가 프라다라는 호사스런 사치품의 가치를 얼마만큼 입에 발린 방식으로 저주하고 까대는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월급의 수십 배를 하루에 팔아치우는 점원들로 가득한 끝내주게 멋진 매장을 걷는 재미만으로도, 프라다는 지구 위에 존재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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