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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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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해버린 문장] " 불행을 모를 수 있다면 사람들은 행복할까 "

등록 2006-09-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불행을 모를 수 있다면 사람들은 행복할까.

(앙드레 지드 지음, 이윤석 옮김, 한국도서출판중앙회 펴냄, 1994)

목사는 죽어가는 노파의 집에서 눈먼 소녀를 데려온다. 그는 소녀에게 한 점의 불행도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가르친다. 소녀에게 세상은 목사가 들려준 졸졸거리는 시냇물이며 새의 지저귐이며 신의 음성이었다. 성숙한 여인이 된 그녀에게 맏아들 자크가 다가온다. 목사는 매섭게 다그친다. “너는 제르트뤼드의 깨끗한 영혼을 더럽히고 있어!” 그녀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목사일 뿐이라며 자크를 거부한다. 그녀는 눈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해 마을로 돌아오던 날, 동산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목사에게 말한다. 자신이 자살을 기도했다고. 목사의 늙은 얼굴을 본 순간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자크란 걸 알았다고. 그녀는 세상의 불행을 견딜 수 없었다. 제르트뤼드를 사랑한다는 소름끼치는 진실을 숨긴 목사의 얼굴을 보라. 앙드레 지드의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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