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내가 어디로 가는지는 바람과 조류가 정했다.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펴냄)
교양영어 수업 시간에 “다우존스 지수가 1만에 육박했다”는 문장을 “공작 부인이 1만 명에게 코를 디밀었다”로 해석했던 친구가 있다. 본관 앞에 잔디를 깔아주고 입학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내게 “다른 건 다 되는데 영어만 안 돼”라고 울부짖었던 그는, 외고 출신이고, 게다가 미국 유학 중이다.
학보사 생활을 접은 뒤 내 꿈은 마감 따위 없이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는 공무원이나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나는 30대 중반 애아빠가 될 때까지 마감 전선에서 뒹굴고 있다. 인생에는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망망대해에 뜬 구명보트처럼.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바람과 조류만이 안다. 그걸 거부하고 구명보트에서 뛰어내리면, 금방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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