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내가 반해버린 문장] 복종이 고독과 불안을 회피하는…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복종이 고독과 불안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자유에서의 도피>(에리히 프롬 지음, 이상두 옮김, 범우사 펴냄, 1986)


어떤 말은 밥 먹다 들으면 소화에 지장이 있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내 착하디착한 사촌동생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된 이유가 “외환위기의 성공적 극복” 덕택이라는 말씀이다. ‘성공적 극복’ 이후로 가족과 친척과 사돈의 팔촌까지 더 일하고 덜 받는다. 한국 사회의 평범한 이들의 삶에서 불안과 공포와 정체성 상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보수 정치인들이 빛을 발한다. 그들은 두 가지에 능하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악당’들을 만들어내고, ‘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상상적 공동체를 보여주는 것. 이런 이슈들을 선점한 자가 승리하는 악몽을 꾸곤 한다. 그러나, 복종이 불안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