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너희의 우정과 신뢰야.”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라는 신조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도대체 뭐냐 싶었다. Kid + Adult = Kidult라니, 차라리 Adult + kid = Aduld 해서 ‘어덜드’는 어떠냐고 비아냥거리고 싶었던 게다. 그러나 나 역시 키덜트의 제왕이라고 불려도 족할 인물이었는데, <이나중 탁구부>의 피겨를 지른 것은 기본이었고, <케로로 중사>를 보면서 열광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10만원이 넘어가는 일본산 이족보행 미니 로봇을 지를까 말까 며칠 밤을 고민하는 인간이었다.
키덜트는 유년기 회귀 본능을 장난감 지름으로 푸는 덜 자란 어른에 불과할까. 전후의 배고픔을 유년기의 모든 것으로 기억하는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내 세대는 건담과 바비인형으로 유년기를 기억하는 세대다. 배불리 먹기 위해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들과는 전혀 다른 종족인 셈이다. 상당히 철없고 굉장히 유아적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른스러움’에 대한 강박이 없다는 건 그만큼 어른스러운 ‘척’도 떨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나는 (단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키덜트로 사는 게 재미있다. 9살 때는 별 의미도 없었던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너희의 우정과 신뢰”라는 대사가 진정으로 심금을 울린다는 사실을 나이 서른에 깨닫는 건, 생각보다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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