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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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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해버린 문장] 사실이 진실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업이다.

등록 2006-04-04 00:00 수정 2020-05-02 04:24

<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캐나다의 생태학자 팔리 모왓은 북극권 툰드라에서 1년 동안 늑대와 함께 지냈다. ‘늑대는 포악한 약탈자’라는 ‘상식’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을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사실은 상식과 달랐다. 늑대는 나약한 동물이었다. 인간은커녕 순록 사냥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한낱 밭쥐를 주식으로 먹고 살았다. 그는 포악한 늑대의 이미지가 사냥 경쟁자인 늑대를 처단하기 위해 순록 사냥꾼들이 지어낸 허구라고 결론 내렸다.

‘사실’이 가치 중립적인 단어라면, ‘진실’은 가치 지향적인 단어다. 사실이 언제나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사실은 진실을 방해한다. 생태학자뿐만이 아니다. 사실이 진실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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