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난 이미 문 밖으로 걸어나갔어. 더 이상 남은 기억은 없어.
클레멘타인/ 최소한 돌아와서 작별인사는 해줘. 마치 우리에게 추억이 있는 것처럼. <이터널 선샤인>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친애하는 미어즈위크 박사님께. 열흘 전에 라쿠나社로 찾아가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제거해달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낡은 군용 점퍼에 연방 담배를 피워대던 작은 남자를 기억하시겠지요. 물론 세 번째 문장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채셨을 겁니다. 예. 여전히 저는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예전에는 기억하지 못하던 것들마저 기억이 나는 바람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무료 기억소거 재시술을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작은 남자씨께. 물론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냄새 나는 군용 점퍼는. 음, 그런데 이거 아십니까. 당신이 시술을 받은 다음날 ‘그 사람’도 당신을 기억에서 제거해달라며 찾아왔었답니다. 시술은 완벽한 성공이었지요. 그는 당신을 기억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미어즈위크 박사님께. 저는 그 사람을 잊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제가 그에게 저지른 바보 같은 일들을 잊고 싶은 겁니다. 저는 그 사람이 아니라 저를 지우고 싶습니다. 의료소송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일인지 아신다면, 재시술을 준비해주세요. 곧 찾아뵙겠습니다.
맨위로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둘은 아주 당연하게 부부”…부모가 동성혼 재판에 전한 바람

사라진 발코니, 우리가 잃어버린 ‘집’의 숨통

민주 “1곳이라도 더” vs 국힘 “영남 수성”…광역단체장 대진표 확정

“오빠 해봐요” 발언 정청래, “아이와 부모께 송구”…야권 “부적절”

야권, 조작기소 특검 고리 총공세…여 험지선 “왜 이시기에”
![벼량 끝의 ‘윤 어게인’ [그림판] 벼량 끝의 ‘윤 어게인’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503/20260503501940.jpg)
벼량 끝의 ‘윤 어게인’ [그림판]

이 대통령 “법정 허용치 초과 불법대부는…갚지 않아도 무방”

전광훈 “윤석열도 배짱이 없다…‘내란죄’ 뺐을 때 집무실 갔어야”

미국, 이란전 ‘돈벌이’…중동에 12조원 무기 팔고 긴급 승인

대구 간 장동혁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된 지 오래” 막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