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기억을 부활시킨 대형 뮤지컬 <수천>이 다시 오른다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웬만해선 창작 뮤지컬이 레퍼토리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뮤지컬 열전’에 오르는 작품 목록에 창작 뮤지컬이 있더라도 ‘끼워넣기’식으로 들어가는 게 고작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임에도 외국 대형 뮤지컬에 쏠린 눈을 돌릴 만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탓이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국내외에서 선전한 게 그나마 좋은 기억이다. 작은 뮤지컬로 대중성을 인정받은 몇몇 작품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웠다.
우리의 색깔, 한국적 기억을 새긴 작품으로 평가받는 뮤지컬 <수천>. 지난 2003년 극단 ‘수천’의 창단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수천>은 고구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공연에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역사물의 상투성을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륙의 바람과 사내의 열정이 시와 노래가 되어 가슴에 꽂히길 기대했지만 눈과 귀를 무겁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수천>은 ‘계승과 혁신’의 모범 사례를 만들려고 했다. 대흥안령(몽골고원과 동북대평원의 경계를 이루는 산맥) 땅을 지키라는 광개토대왕의 명령을 받은 장하독과 수천이 1500여년을 넘나드는 판타지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수천>은 한층 세련된 작품으로 느껴진다.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을 보여주는 무대가 동적인 변신을 꾀했고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가 드라마틱한 잘 받쳐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실제 크기의 광개토대왕비가 무대 위에 오르기도 한다. 무대가 광활한 대륙으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고구려가 아름다움으로 가슴에 남게 될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 출연한 손광업이 광개토대왕으로 분했다. 7월7~17일,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02-335-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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