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샤이닝>(1980) 중
▣ 김도훈 <씨네21> 기자
얼마 전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영화사상 최고의 호러영화로 선정했다. 도대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베스트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큐브릭은 아들을 향해 도끼를 들고 달려가는 잭 니컬슨의 뒤를 왈츠를 추듯이 카메라로 따라잡는다. 미학적 변태가 아니고서야 이토록 끔찍한 장면을 그토록 아름답게 찍을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 전 <샤이닝>을 다시 감상하다 보니 진짜 끔찍한 장면은 따로 있더라. 몇날 며칠을 타이프라이터 앞에서 소설만 써대는 잭 니컬슨. 걱정이 된 아내가 슬그머니 타이프라이터 앞으로 가서 종이다발에 쓰인 글귀를 읽는다. 종이마다 반복적으로 타이핑되어 있는 문구.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소름이 끼쳤다. 학생 신분으로 <샤이닝>을 봤을 때는 이 장면의 공포를 알아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요즘은 밤마다 기계처럼 타이핑을 하다가 갑자기 도끼, 아니 호치키스를 들고 옆사람을 내리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세계는 넓어서 할 일도 많다더니 바보 되어 오신 분도 계시지 않은가. 어쨌든 좀 놀아가며 쉬엄쉬엄 사는 게 남는 거다. 세계는 넓고 ‘놀’일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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