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다큐멘터리 식으로 ‘성생활 혁명가’의 일생을 따라간 <킨제이 보고서> </font>
▣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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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성혁명이라고 일컫는 킨제이 보고서는 1948년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판매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성이라는 소재의 특수성 탓에 ‘적나라하다’ ‘야하다’는 인상비평만 강하게 부각되고 그 실체나 배경은 오히려 가려졌다. 킨제이 보고서 제목이 <인간에 있어서의 남성의 성행위>(첫째 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 괴상한 제목이 저자인 킨제이가 의사가 아니라 동물학자였기 때문에 붙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갓 앤 몬스터> <시카고>의 시나리오 작가인 빌 콘돈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킨제이 보고서>(13일 개봉)는 청소년 시절부터 죽음 직전까지 앨프리드 C. 킨제이(1894∼1956)의 일대기를 다룬다. 킨제이의 삶은 킨제이 보고서가 만들어진 사회적 배경과 맞닿는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하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설문조사원 교육을 하면서 킨제이는 스스로가 하나의 샘플이 되어 성장배경부터 현재의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인터뷰하는 식으로 고백한다. 거기에 진술을 입증하는 화면이 끼어든다.
교회 목사인 아버지를 둔 킨제이(리암 니슨)는 어린 시절 몽정에까지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다. 엔지니어가 되라는 아버지의 명을 공대 재학 중 거스르고 생물학과로 옮긴 킨제이는 교수가 된 20대 중반까지 곤충을 제외한 모든 일상에 무관심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아내 클라라(로라 린니)와의 결혼은 그에게 일생의 전환점이 된다. 결혼으로 성경험을 처음 한 그에게 성은 무지하지만 거대한 하나의 세계였고, 성에 대한 관심은 그를 성교육 전도사로 만든다.
대학에서 전공과 별도로 성교육 강의를 하던 그는 동물학 연구와 인간의 섹스를 접목한다. 개체변이를 연구하기 위해 100만 마리의 혹벌을 채집했던 근성으로 사람의 성행동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오럴 섹스를 해도 임신이 되는 거 아닌가요?” “체위가 한 가지 말고 또 있나요?” 인터뷰하는 이들의 무지에 가까운 응답은 킨제이 보고서 이전과 이후, 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다소 건조한 느낌도 들지만 킨제이라는 인물과 보고서의 탄생 배경을 들추는 중반까지 영화는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하면서 영화는 중심을 잃는다. 이른바 ‘정상위’를 벗어난 연구를 하다가 동성애에 나서고, 파트너를 공유하는 등 실증적 과학자를 벗어나 전투적 성 실험가가 되는 킨제이와 제자들의 행동에 앵글이 맞춰지면서 영화의 논점은 흩뜨려진다. 1차 보고서 발표 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록펠러 재단의 지원이 끊기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성적 쾌감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성기를 훼손하는 킨제이를 성자처럼 묘사하는 건 과도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 <킨제이 보고서>가 공개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유의미한 텍스트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패작은 아니다. 특히 영화가 소개하는 킨제이 보고서의 내용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꽤나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새삼 귀기울이게 되는 구석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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