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를 흔드는 ‘온라인 만화’ 성공 비결… 댓글·스크롤효과 등 인터넷 고유의 방식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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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낙호/ 만화 연구가·청강국제교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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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여러 장르 가운데 온라인이라는 환경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온라인 영화관의 붐은 일어나기도 전에 져버렸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분쟁의 와중에서 지지부진한 고착 상태에 빠졌다. 온라인에서는 “자본의 속박에서 벗어나, 독립 아티스트들이 향유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유로운 발표의 장이 펼쳐진다”는 옛 희망들은 이제는 좀처럼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움직임을 볼 때, 아직도 예의주시할 만한 분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만화’다.
대형포털 연재 붐… 200만 클릭
그도 그럴 것이, 출판계 전반의 불황, 특히 애초부터 제작 유통망이 부실했던 만화 분야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전망은 온라인 세계에서만큼은 전혀 공감되는 얘기가 아니다. 수많은 커뮤니티와 개인 홈페이지에서 너도나도 유명 만화를 돌려보고 있으며,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만화 연재 지면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강도영의 가 매회 연재가 갱신될 때마다 1일 200만회라는 기록적인 조회수를 올렸다는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 만화는 고작 수천부의 판매량을 올려도 안도의 한숨을 쉬는 현 출판만화 업계의 현실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호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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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온라인 만화의 인기는 단지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만화계 전체로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인터넷 연재 만화인 가 독자만화 대상과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바 있다. 또 고우영의 무삭제 복간본이나 김태권의 처럼 온라인 연재를 통한 인기몰이를 바탕으로 단행본을 출판해 히트하는 경우도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더욱 주목할 만한 현상은, 온라인이 전통적인 종이만화까지도 흡수해 나아가는 경향이다. 현재 가장 널리 ‘펌’(또는 ‘펌질’. 특정 사이트의 그림이나 글을 다른 홈페이지로 ‘퍼 나르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 당하는 작품인 이나 등은 원래 스포츠신문의 일간 연재물이지만 온라인상에서 더 큰 독자층을 누리고 있다.
만화가 온라인이라는 환경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 시도는 비교적 일찍부터 있었다. PC통신의 온라인 만화방 서비스를 필두로 인터넷의 보편화가 막 이루어지고 있던 1999년에 이미 ‘이코믹스’ ‘N4’ ‘코믹스투데이’ 등 대형 만화 포털 사이트가 독자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만화방이라는 표어대로 해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유료 결제를 하면 기존 종이만화의 스캔본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방식에 그쳤다. 그 결과 일부 성인 에로만화를 제외하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인쇄를 전제로 하는 장편 만화 작품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온전히 즐기기에는 해상도 문제, 독서 자세의 불편함 등 기술적 난맥상이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로 만화를 본다는 특성을 살리려고 소리를 넣거나, 작은 움직임을 부여하는 식의 시도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만화 독서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온라인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키워준 것은 바로 독자 자신들이었다. 인터넷 메일과 게시판을 통한 소통이 생활화되면서 서로 온라인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만화 작품을 1∼2개짜리 첨부 파일로 올려주는 새로운 유행이 생겨난 것이었다. ‘N4’에서 연재됐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작품인 가 언제부터인가 ‘엽기토끼’라는 별명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으며, 신문사의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카툰 연재물 역시 각광받았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을 필두로 하는 인터넷상의 일기체 만화들이 특히 눈길을 모았다.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짤막한 이야기를 며칠 간격으로 올리는 방식을 통해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독자층에게 거의 중독적인 흡입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내 수많은 아마추어 만화작가들이 유사한 작업을 시도했고, 하나의 장르를 이루게 되었다.
세로 컷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
이렇듯 ‘펌’과 취향 공유에 기반을 둔 자발적인 확산에 의해서 온라인 만화는 삽시간에 거대한 독자층을 확보해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시간이나 돌아다니는 폭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서, 온라인 만화 역시 한층 깊숙하게 독자들의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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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라는 환경은 그것에 잘 어울리는 특정한 양식의 만화들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우선, 펌질을 중심으로 확산되다 보니 수십 수백 쪽으로 이루어진 장편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끊어지는 만화들이 쉽게 주류로 부상했다. 또 단행본으로 출간된 만화의 스캔본보다는 개인이나 포털, 언론사 사이트 등을 통해서 온라인 연재 중인 작품들을 선호한다.
온라인 만화 작품들 역시 온라인에서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이의 페이지 넘김에 해당하는 ‘스크롤’이라는 화면 이동 기능이 온라인 만화에서 중요한 표현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양영순의 의 한 회에서는 주인공들이 물 속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긴 세로 칸 한개로 그려냈는데, 이것을 위아래 크기의 제한이 있는 컴퓨터 화면 창 속에서 스크롤해서 내리면 자연스럽게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장면이 전환하는 효과가 만들어지도록 연출했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종이만화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을 연출 방식이지만, 온라인으로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른바 ‘무한 캔버스’라고 불리는 이러한 창틀 효과 외에도 하이퍼링크 기능이라든지 선택형 스토리, 다방향 만화 등 다양한 온라인 특유의 표현 방식들이 이미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독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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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만화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현상은 전자 게시판의 활성화 덕분에 독자와 작가 사이에 다양한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편집부를 거쳐야 했던 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혀 걸러지지 않고 매 연재 분량마다 댓글로 달리는 것이 일반화됐다. 즉, 독자의 취향에 한층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와 작가 사이뿐 아니라 작가들 사이에서도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온라인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하는 연례 자선 콘서트 ‘러브콘서툰’(www.lovetoon.co.kr)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올해 초에 여러 온라인 작가들이 서로 돌아가며 한 회씩 그려나간 역시 이러한 커뮤니티적인 결집력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만화 창작 동호회, 취향 공유 만화 동호회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온라인 만화의 앞날이 현재 보이는 인기만큼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익성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가 무료 공개 서비스 위주로 배치돼 있는 국내의 실정에 비춰볼 때, 수십 수백만번의 열람이나 펌질은 수익 증대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온라인 만화 작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현재는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에 연재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원고료와 종이책으로 출판했을 경우에 얻는 인세가 전부다. 유명세에 비해 실익이 적은 셈인데, 대중문화라는 영역에서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대중문화는 재능 있는 인재의 신규 진입이나 활동 중인 창작 인력의 유지, 다양한 장르의 실험과 발전에 대한 동기부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산업적 성공과 문화적 활력이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만화의 인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익모델을 고안해내지 못하면, 온라인 만화의 대중적 인기는 물론 질적인 발전 역시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독자의 조급증·공허한 수익구조 깨야
또 다른 문제는 일상화된 조급증이다. 일일 또는 격일 단위로 신작 연재 분량이 나오는 짧은 호흡의 일기 만화나 일간지 사이트 연재물에 익숙해진 온라인 만화 독자들에게, 종이로 된 기존의 월간 잡지처럼 다음 회를 위해서는 다음달까지 기다리라고 부탁하는 것은 이미 무리가 되어버렸다. 창작의 측면에서는 장기적인 사전 준비라든지 연재 진행 과정 중에 성찰이 필요한 작품을 시도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이며, 특히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개인 홈페이지 연재물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결과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지 못해서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독자들이다. 이미 현재 같은 극히 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온라인 만화들이 짤막한 에피소드 방식의 개그물로 수렴되는 불길한 징조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만화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한동안은 계속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사람들은 더욱더 많이 온라인의 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고, 그림과 글이 효율적으로 결합한 표현 방식인 만화는 온라인에서 무척 효과적인 장르다. 게다가 출판시장의 장기적인 불황 때문에, 작가와 기획자들은 온라인에서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종이만화를 완전히 대체해줄 것이라든지 온라인에 한국 만화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든지 하는 근거 없는 과도한 희망을 걸지만 않는다면, 온라인 만화는 앞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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