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디젤의 생기있는 연기에도 나와버린 실소
▣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dmsgud@hani.co.kr
시간을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우주, 행성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악의 군대 네크로몬거에게 하나둘씩 점령당한다.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행성 헬리온 역시 네크로몬거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점령을 당하게 되자 헬리온의 대사 에리온은 네크로몬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인 퓨리언의 마지막 후예 리딕(빈 디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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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도 화려했던 올 여름 블록버스터 향연의 끝물에 찾아온 은 다른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해 독특한 배경을 가진 영화다. 이 나 처럼 속편 영화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쟁쟁한 형을 가진 다른 속편들에 비해 의 전작인 은 웬만한 영화팬들은 기억도 못하는 제목의 저예산 영화였던 탓이다. 태양이 세개인 사막 행성에 불시착한 죄수 호송선에서 탈출하려는 무리와 이들을 공격하는 괴물의 싸움을 그린 공상과학(SF) 스릴러 은 극장에서는 별 주목을 못 받았지만 DVD 시장에서 입소문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런 특이한 성공 전력과 이 영화에서 리딕이라는 주인공을 연기할 때만 해도 무명이었지만 를 통해 스타로 성장한 빈 디젤의 존재가 속편 의 탄생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비하면 은 다소 둔탁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청동기를 연상시키는 톤의 네크로몬거의 갑옷들과 세트디자인, 컴퓨터그래픽보다는 세트 제작을 통해 ‘실물’ 같은 화면을 만드는 데 치중한 수공업적 비주얼, 영화 전체를 움직이는 배우 빈 디젤까지 영화는 날렵하기보다는 거칠고 둔중한 분위기로 밀고 나간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속편도 거절한 빈 디젤(그는 이 영화의 제작까지 맡았다)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반영웅’의 면모를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주의 질서 따위에는 도통 관심 없는 듯하면서도 결국 우주의 구원자로 나서게 되는 리딕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빈 디젤의 연기는 줄거리의 헐거운 인과관계와 캐릭터의 평면성 같은 허점을 상쇄한다.
그럼에도 때 예산의 빈곤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채웠던 데이비드 토이 감독이 그 에너지를 1억4천만달러로 늘어난 예산만큼 발휘한 것 같지는 않다. 와 같은 SF영화의 무대와 인물들을 혼성 모방한 것 같은 이야기와 배경이 SF 영화광들에게 키치적인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새로움이나 웰메이드라는 점에서는 올 여름 나온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한수 아래다. 마지막 장면에서 네크로몬거의 절대군주 로드 마샬을 처단한 리딕이 무심코 악의 군주 자리에 앉는 바람에 진짜 군주가 된다거나 여기에 “아아, 누가 알았으랴”로 시작되는 에리온의 내레이션은 실소를 일으킨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는 노골적으로 속편의 제작을 예고했고 빈 디젤은 다음 편의 제목을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세계인 로 이미 정했다지만 과연 관객들이 속편 제작을 열렬히 지지해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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