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주도할 21세기 패션 보여준 ‘남아공 민주화 10주년 기념 문화행사’
글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구촌 문화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음악만 해도 아프리카는 대중음악의 고향이라 불릴 만하다. 미국의 블루스리듬 앤 블루스, 재즈와 중남미의 살사, 맘보, 차차차, 메렝게 등도 따지고 보면 검은 대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를 거치며 탁월한 리듬감을 발휘해 본토보다 개성적인 음악을 발전시켰다. 폴 사이먼의 에 참여한 그룹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아래 남아공)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밴드였다.
서구문화가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까닭
서구문화는 끊임없이 아프리카를 품어왔다. 오페라 나 뮤지컬 에도 서구의 아프리카 취향이 깊게 배어 있다. 빼어난 아카펠라(무반주 합창음악) 화음을 들려주는 영국 남성중창단 ‘킹스싱어즈’의 에는 남아공의 주요 부족으로 나탈주 일대에 사는 줄루족의 리듬이 그대로 살아 있다. 줄루족의 아카펠라 ‘이스카타미야’는 리듬 앤 블루스의 원류로 인간 목소리의 완성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남아공 벤다족의 민속음악은 서양 몇몇 나라 민속음악이 ‘고전’이라는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지난 4월27일 열린 ‘남아공 민주화 10주년 기념 문화행사’는 30여개 종족이 사는 ‘레인보 컨트리’의 문화적 역량을 한껏 뽐내는 자리였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더라도 하룻밤에 똑같은 내용을 시간대별로 11개 언어로 방영하는 나라인 만큼 패션을 통해 드러난 문화적 개성도 종족마다 제각각이었다. 남아공 정통 뮤지컬 공연단 ‘우모자’는 아프리카 토속음악과 화려한 춤이 인종을 넘어 세계를 품어 안을 수 있는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남아공의 대표적 뮤지션 타펠로 모로켕와 아만다 응흘라고티의 공연과 함께 전통적 직조기술을 현대적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패션쇼가 펼쳐졌다. 이날 소개된 108벌의 의상은 남아공의 패션기업 선 가디스의 수석 디자이너 미카테코 알리야 음흘랑가 팀이 디자인했다. 기하학적 문양의 응데벨레족, 가죽을 소재로 삼은 줄루족 등의 의상을 현대화한 작품에는 아프라카의 전통 색채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식민지 여성 장인들이 멸시와 천대 속에서 기량을 가다듬은 모던 패브릭(수작업으로 만든 원단)과 장식이 현대적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21세기 패션의 흐름을 아프리카가 주도할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아픈 역사를 어루만졌던 음악이 지구촌의 감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종족의 일상복이 매력적인 패션으로 변신한 것을 확인하는 무대. 하지만 전통의 현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역시 눈에 띄었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투박했던 문양이 고상하게 바뀌고, 고유의 정서를 담았던 음악은 댄스와 어울려야만 하는 퓨전음악이 됐던 것이다. 를 쓴 사회인류학자 존 블래킹이 무대를 보았다면 “이것은 아프리카 민족의식의 상실”이라 질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반 관객으로선 “전통의 변신은 아름다워!”를 연발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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