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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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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 후회 ‘예감’- <소녀연기-少女演技>외

등록 2004-04-08 00:00 수정 2020-05-03 04:23

오형근 사진전 ‘소녀연기-少女演技’

5월2일까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02-2020-2055)

인간에 대한 유형학적 접근을 시도해온 사진작가 오형근이 ‘아줌마’ 시리즈에 이어 3년 전부터 고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온 여고생 시리즈 ‘소녀연기’를 통해 교복 입은 여고생 70여명의 사진을 선보인다. ‘소녀’. 아이와 여성의 성징(性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간 단계. 누군가는 양면성을 소녀의 특징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소녀는 아이나 여성이 아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하나의 특별한 인간군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모호한 시기의 소녀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애초에 작가는 평범한 여고생들을 사진에 담아내려 했으나 초상권 문제에 부딪히면서 특정 집단의 여고생들, 즉 연기자를 꿈꾸는 연기학원 학생들로 작업 대상을 설정했다. 그리고 그 특정하게 선별된 여고생들은 교복과 운동화, 가방, 거울이나 사탕 등의 소품과 보이지 않는 작가의 요구에 의해 소녀 연기를 하는 중이다. 때로는 불안한 응시에서 꿈꾸는 듯한 시선으로, 청순함에서 도발적 도전으로 다양하게 연출된 그녀들의 눈과 손의 미묘한 자세를 통해 작가는 모호한 시기에 접어든 여고생들의 정서적인 흔들림을 표현하고 있다. 색조를 배제하고 중간 톤을 유지하는 흑백 사진으로 인화한 소녀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미세함을 더욱 강조하고, 때로는 두장 혹은 세장의 연속 사진이 하나가 되는 구성을 통해서 순간순간 드러나는 소녀들의 미묘한 변화 사이의 간극을 읽어내고자 한다.
사실, 그들은 연기자 지망생이기는 하나 실제 연기 경험은 없는 소녀들이다. 그러나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 덕택에 하루에도 몇번씩 렌즈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텔레비전에서 보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친구처럼 익숙하게 느끼는 오늘날의 소녀들은 더 이상 카메라를 두려워하고 수줍던 예전의 소녀들이나 구세대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인간들이다. 미디어 속의 모습을 흉내내고 받아들이면서 이제 그녀들은 연기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해진 우리 역시 이 소녀들의 모습을 낯설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연기하는 소녀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연기가 아니다. -윤옥영/ 가나아트갤러리 큐레이터

어린이를 위한 다섯 가지 흙놀이 ‘바투 바투’

4월5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02-516-1501)

어린이들이 시각과 촉각, 청각 등의 감각을 사용해 흙놀이를 체험한다. ‘바투’는 ‘두 물체 사이가 아주 가깝게’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여기에서는 흙을 손과 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손가락으로 진흙에 그리며 흙물로 디자인하고 찍어내고 만들기도 한다. 자연친화라는 말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며 가족과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고 인형극 관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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