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지속되는 홍콩 시위는 한 살인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홍콩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했습니다. 속지주의를 채택한 홍콩은 이 남성을 대만으로 인도하고 싶었지만 두 나라 사이에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 마카오까지 포함한 법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사법적 정의를 판단하는 잣대가 중국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100만 명 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은 1년 차이지만, 사실 2019년은 2020년으로 이어집니다. 홍콩 시위 같은 ‘나비효과’는 예언할 수 없지만, 2019년에는 사소해 보였으나 2020년 이후 미래에 더 커질 사건을 눈여겨보는 데, <한겨레21> 기자들도 예언가 못지않습니다. 이것은 통찰인가 점인가. 내년에 비교해보세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2019년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 시위는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9월 시작해 전세계로 퍼졌다.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을 청소년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동맹휴학이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3월15일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에게 기후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11월15일 발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전망’을 보면 2081~2100년께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1.9~5.2℃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극 지역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은 52~91㎝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청소년들이 노인이 될 때쯤 해안가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는 뜻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축이 된 ‘청소년 기후 소송단’은 2020년 상반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예정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므로 그 책임을 묻고 정책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세대 갈등의 잠재적 요인으로, 가까운 미래에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는 그 시작이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어린이집 급식비 인상
1900원, 2020년 물가로 무얼 사먹을 수 있을까. 김밥 한 줄, 라면 한 그릇도 어렵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살 아이들은 하루에 점심과 두 번의 간식을 1900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20~1190원을 추가 지원받는 어린이집도 있지만, 한 푼도 못 받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장고로 달려가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그래도 1900원은 대단한 돈이다. 11년 만에 155원 올랐다. 1997년 이후 0~2살 하루 최저 급·간식비는 1745원이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소속 엄마들을 비롯해 부모들이 1년간 질기게 싸워 급·간식비를 끌어올렸다. 엄마들은 “1900원이 정말 충분한가”라며 분노하지만 그래도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면 155원도 없었다. 그나마 내년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살 아이들의 최저 급·간식비는 2천원에서 2599원(표준보육료 기준) 정도로 오른다. 교육부 예산인 누리과정 단가가 7년 만에 인상되며 급·간식비 예산이 현실화한 것이다.
엄마들은 보건복지부 예산인 0~2살 급·간식비도 최소 2600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 권한을 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이를 호소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돌아온 답장은 놀라웠다. “스팸 넣지 마세요.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습니다.” 결론은 1900원. 스팸 값도 안 되는 돈이다. 이번에 찔끔 올려 국회가 생색내는 것으로 봐서 11년째 이어온 아이들의 배고픔은 2020년 이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보 앤드루 양의 기본소득 공약
앤드루 양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기본소득을 들고나왔다. 군소 후보니까 쉽게 공약할 수도 있지, 넘겨버리면 그만인데, 심상치 않다. 무한정 재정을 풀자는 현대통화이론(MMT)이며 대학 무상교육, 사회간접자본 확충까지 민주당·공화당 가릴 것 없이 주요 후보들도 ‘보통 국민의 주머니에 돈을 바로 꽂아주자’고 외친다.
그동안 미국이 돈을 풀어왔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통화·금융 정책과 세계화였다. 비정한 면이 있었다. 미국 주가는 최고점, 부동산은 달아올랐는데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돈이 가난한 사람들 사이를 안 돌았다. 양극화였다. 다만 세계가 달러로 한데 묶이며, 대부분 나라가 성장하고 자유나 인권,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함께 강조하게 된 효과도 부정할 수 없다.
정당한 보통 미국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다는데 탓할 수 없는 노릇. 걱정인 건 민주당 후보들조차 세계 대통령을 자임하던 기개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극화에 소외된 다수 국민의 분노 칼끝을 ‘우리 것을 앗아가는 세계 다른 나라’로 향하도록 한다면? 자국 우선주의, 포퓰리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반발이 지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국정 3년 같은 2020년대가 좀더 길게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치 기록
인구 감소 속도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확정)’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출생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생 출생아 수가 한 명도 안 된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2006년 지구에서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첫 번째 나라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3명으로, 한 명대 벽이 깨지기도 전이었다.
콜먼 교수의 말처럼 한국은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될까. 이미 저출산은 전국으로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공포는 이제 수도권까지 덮쳤다. 시로는 올해 경기도 여주가 처음 소멸 후보에 들어갔다. 지금 추세라면 인구 재생산 주기를 고려할 때 30년 뒤인 2049년쯤 인구가 지금의 절반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2020년대, 과연 지방 소멸론은 현실이 될까, 아니면 공상과학소설이 될까.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리얼돌’ 국내 수입 허용
지난 6월 대법원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하게 생긴 일명 ‘리얼돌’(섹스돌)의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실리콘 재질로 형상화한 것으로, 2017년 한 성인용품 수입업체가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냈다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결 뒤 논란은 뜨거웠다. 일부 업체에서 특정 인물의 얼굴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하면서 ‘아동 형상 리얼돌’ ‘지인 형상 리얼돌’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음란사진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사진이 버젓이 게시되는 현실을 보면 과한 불안감도 아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 수입 신고 건수는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부터 대법원 판결일인 6월13일까지 29건 신고됐지만, 이후 8월 말까진 111건 신고됐다. 대법원의 수입 허용 판결을 받은 1건 외에 266건은 불허됐다. 통관이 허가된 리얼돌은 머리가 없는 제품이다. 리얼돌을 단순히 성기구로 보는 재판부가 늘어난다면 조만간 머리까지 달린 리얼돌도 수입되지 않을까. 2020년엔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재판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플랫폼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
2019년 12월13일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의 글로벌 음식배달 플랫폼기업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됐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무려 4조8천억원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경사’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왔다. 이날 밤, 중요한 소식이 또 하나 전해졌다. 배민라이더스를 비롯한 배달노동자들이 가입한 라이더유니온이 우아한형제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11월18일 서울시에서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동조합이다. 12월19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도 우아한형제들에 교섭을 요구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명시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대부분 외면해왔다. ‘전통 특고’에 해당하는 학습지교사·택배 노동자, 자동차 판매 노동자는 “우리도 당신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오”라는 인정투쟁을 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업인 플랫폼기업은 플랫폼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까.
플랫폼기업이 이를 받아들이면 노조들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되는 일방적이고 빈번한 노동조건 변경과 고용안정 등에 대해 교섭할 전망이다. 플랫폼 노사의 단체협약은 수년이 걸릴지 모르는 노동관계법 개정보다 ‘노동자 권리’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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